학습에서 실험과 토론이 중요한 이유는?

WHY브러리23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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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처리하는 감각 정보 중에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전체 정보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시각 정보’다. 우리의 뇌는 눈으로 인지하는 시각 정보와 내 머릿속에서 예측한 이미지를 비교하면서 사물을 지각하게 된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그렇게 사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오죽하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커지는 창의력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다른 감각의 도움 없이는 시각도 완성되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쪽은 운동 감각을 동반한 시각 자극을 주고, 다른 한 쪽은 운동과 다른 감각은 차단하고 오로지 시각 감각에만 노출한 실험도 있다. 이 때 운동 감각을 동반하지 못한 고양이는 시각 정보 처리 회로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결과를 보여줬다.


다른 감각 기관의 정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시각 정보 역시 제대로 구성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 결과다. 우리가 안다는 것, 즉 인지(Cognition)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이는 정보를 처리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과 ‘앎’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개념을 정보로 획득한다는 것은 추상적으로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공감하는 일정한 패턴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개념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ncept’의 풀이가 ‘함께(Con)’, ‘잡다(Cept)’라는 뜻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우리가 ‘쌀’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쌀의 이미지(작고 하얀 씨앗)가 쌀의 핵심 개념이 된다. 이 핵심 개념이 경험을 만나면 더 많은 하위 연상 자료들로 축적된다. 예를 들어 ‘밥을 만들어 먹는다’, ‘밥이 되면 형태가 변경되어 결합력이 있다’ 와 같이 여러 감각 기관의 정보들이 쌀이라는 개념에 축적된다.


핵심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더 많고 풍부한 경험을 쌓을수록 새로운 정보와 결합될 확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이렇다. 가벼운 종이를 붙여야 하는 상황에서 풀이 없을 경우 밥풀을 사용하게 되면, 먹는 용도였던 쌀이 풀을 대신하는 대체품이 된다. 본래의 용도에서 변환되어 다른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사용될 때 우리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말한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해결 방안이라는 뜻이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주요 개념의 하위 요소가 새로운 개념과 만나서 문제가 해결된다. 인간의 감정 중 가장 부정적인 감정 중 하나인 ‘불안’은 심하면 정신 병리학적인 ‘병증’으로 취급되지만, ‘불안’이 하나도 없는 개체는 사라지게 된다. 포식자가 가까이 다가와도 불안하지 않으면 그 후손을 이어가지 못하고 멸종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대비를 위한 사고를 촉발시켜 새로운 해결 방법을 만드는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 시험이 불안하지 않은 학생은 시험을 대비할 이유가 없으며, 면접이 불안하지 않은 취업 준비생은 면접 준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머릿속의 대비와 연습이 없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불안이 인간의 가장 큰 동기가 되는 이유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공부를 많이 하고 지식을 쌓아가는 것은 내 삶을 편안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는 지식을 완성할 수 없으며, 일정 수준을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 평생 책으로만 공부하고 환자를 실제 진찰해 보지 않은 의사와 공부, 임상 경험이 균형 잡힌 의사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 결과는 분명하다. 


구성주의 교육 철학의 입장에선 학생들의 개념 형성이란, '학생 개개인이 주체가 되어 지식을 구성한다'고 설명한다. 설명하자면, 개념을 단순하게 암기하거나 교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교사에게 안내 받으면서 올바른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1+1=2’ 항상 올바른가? 특정 조건과 상황에선 올바르다. 수요와 공급은 항상 균형을 이룰까? 완전 경쟁 시장에서 정보 획득이 모두 자유로울 땐 올바르다. 모순된 상황과 그 갈등을 경험함으로써 머릿속의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으며, 이 경험이 다른 개념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스프링 보드(Spring Board)’ 역할을 하게 된다. 하나의 개념이 새로운 개념을 만나 새로운 해결 방안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바로 창의력이 커지는 과정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호기심을 채워가며, 틀렸을 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창의력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대입과 인생이 한 문제로 인해 좌지우지되는 평가가 비판 받는 이유다. 그리고 와이즈만 영재교육이 ‘다르게 생각하라!’라고 외치며, 수학과 과학 학습에서 실험과 토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글쓴이 와이즈만 사업본부 고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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