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과학고는 왜 선발권이 폐지되지 않았을까?

최영득
2020-01-08
조회수 856

현 초등 5학년이 고입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는 2025년 3월.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학교의 자발적인 뜻으로 2019년 일반고로 전환된 부산국제외국어고등학교의 사례를 소개하며, 정확한 변경 방법도 안내됐다. 학교의 명칭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신입생의 교육 과정은 일반고로 적용되는 것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전환되는데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왜?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계획은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방향이 안내됐다. 그런데 왜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선발권 폐지 및 일반고 전환 계획에서 제외된 것일까?


그 이유는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교육 과정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기에 일반고로 전환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재학교의 경우, 다른 고등학교들과 달리 ‘영재교육 진흥법’의 영향을 받기에 우선 논외로 두고, 과학고에 대해 점검해 보고자 한다.


설립 목적에 맞게 진학이 이루어지고 있나?
91.8%인 과학고에 비해 외고 31.9%, 국제고 18.1%

‘고입정보포털(www.hischool.go.kr)’에 들어가 보면 과학고는 외고, 국제고, 예술고 등과 함께 특목고에 속함을 알 수 있다. 특목고는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이 있는 고등학교다. 과학고의 취지는 ‘과학 인재 양성’이며 전문 교과를 80단위 이상 수업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특목고가 학생부종합전형에 강한 것을 불평등하다고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진로를 다른 학생들 보다 미리 선택해 전공에 적합하도록 오랜 시간 준비하기 때문이다. 과학고 출신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비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논쟁은 전문 교과를 이수해 이공계 분야로진출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과학고와 달리 외고와 국제고 졸업생들은 설립 목적에 맞게 어문계열의 길을 선택하기 보다는 명문대의 여러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외고, 국제고를 진학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다. 몇 년 전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가 학생 선발을 동시에 실시해야 하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과학고, 영재학교는 변화가 없을까?
영재학교 지필평가 폐지 및
과학고, 영재학교 지원 시기 동일화 검토 중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서 영재학교와 자사고에 대한 언급 및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지원 시기를 동일하게 하려는 검토가 현재 진행 중이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학습 방법은 매우 다르다. 영재학교는 창의적 연구 활동에 학교마다 약 30시간 정도 배정돼 있으며, 과학고는 전문 교과가 있어 관련된 분야에 대한 깊은 이론적인 이해를 위한 학습이 진행된다. 따라서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지원 시기가 동일화된다면, ‘둘 중 어디든 가겠다’라는 식의 지원이 아닌 본인의 진로와 학습에 맞는 선택을 위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로는 영재학교 지필평가에 대한 폐지가 검토되고 있다. 지필평가의 폐지는 수과학적 문제 해결력과 그 활용 능력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2019년 치뤄진 지필평가가 없는 2020학년도 경기북과학고 소집면접에선 집단지성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하고 두 가방을 비교하여 기업과 디자이너의 이익을 묻는 문제가 구술 면접 문제로 출제됐다. 문제해결력과 함께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문제였다.

영재학교의 경우, 지필평가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캠프’라는 강력한 선발도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캠프에서도 과학고와 같은 토론과 면접이 진행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영재학교 캠프 전형에선,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확인하고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는 정도의 면접이 진행되었다. 수과학 성취도는 이미 지필평가에서 확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변별력이 부족했다고 생각되면 별도로 캠프 중에 지필평가를 추가로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필평가 폐지 이후에는 초창기의 영재학교 선발 형태처럼 실험과 구술면접, 융합조별과제 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당시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는 문제해결력 평가라는 과정이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그 4시간 동안 도표, 사진, 지도, 교과서 등을 분석해 결론을 도출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높은 창의성과 수과학적 문제 해결력이 요구되는 과정이었다.

과학고 역시 동일 시기에 면접 이외에도 실험 설계 및 과제 수행이 진행됐는데 한성과고와 세종과고의 경우 ‘전동기를 만들고 전동기의 회전 원리를 설명해 간이 전동기의 성능과 연관된 요인을 찾아 가설을 세우고 실험 방법을 설계하시오’ 라는 문제가 나왔다. 경기북과고에선 학교 내의 생태 연못, 실험동, 강의동을 관찰 가능 구역으로 주고 관찰 내용을 바탕으로 탐구 주제 6가지를 정해서 실험 방법과 예상 결과를 기록하라는 문제를 제시했다. 과학적 접근과 수학적 분석력을 바탕으로 한 융합적 사고력이 없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이다. 따라서 수학과 과학에 대한 애정이 크고, 본인의 진로와 연결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학습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영재학교, 과학고 합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어문계열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겐 어쩌면 이번 교육부의 발표가 아쉬울 수 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문송합니다’의 시대가 아니었다면 외고와 국제고 학생들도 어문계열로의 진학을 좀 더 고려했을 수도 있다. 진로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고, 그 길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의 길이 활짝 열리길 바란다. 그리고 학생들 역시 본인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민하고, 도전하면서 미래를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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