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은 성격도 같을까?

원호섭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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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달리는 기차.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수 km 밖에서 총으로 맞혀야 한다. 이를 할 수 있는 요원은 오직 ‘헨리(윌 스미스)’ 밖에 없다. 여러 첩보 영화가 그렇듯, 실력을 인정받던 헨리는 어느 순간 조직에 쫓겨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를 제거하기 위해 투입된 또 다른 요원은 헨리와 같이 빠르고 강하다. 또 다른 요원을 피해 달아나던 헨리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자신을 쫓는 그 요원의 생김새가 자신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판단은 사실이었다. 그를 쫓던 요원은 젊은 헨리였다.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 ‘제미니 맨’이 인기를 끌었다. 과거 개봉했던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와 제미니 맨은 다르다. 제미니 맨은 다른 영화와 비교했을 때, 복제인간을 만드는 과정이 가장 과학적이고 현실적이었다. 다만 복제인간의 성격(?)은 가장 비현실적이었다. 그동안 ‘레플리카’, ‘아일랜드’ 등 복제인간이 등장하는 영화의 설정은 비슷했다. 자신과 똑같은 복제인간이, 자신과 똑같은 나이로 등장한다. 제미니 맨은 다르다. 자신과 같은 복제인간인데, 어리다. 헨리는 은퇴를 앞둔 나이 많은 요원이었고 그 앞에 나타난 복제인간은 젊은 헨리였다. 영화에서 복제인간을 본 누군가가 헨리에게 이야기한다. “DNA와 대리모만 있으면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다.” 이 말은 어느 정도 과학적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DNA다. DNA를 구성하고 있는 염기 4개 (A·G·C·T)가 끊임없이 나열돼 있고 이것이 후손에게 전달돼 유전된다. DNA를 이루고 있는 특정 염기서열은 RNA를 거쳐 생명 현상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신장, 체중 ,머리카락 색깔 등 형질(어떤 생명체가 갖고 있는 모양이나 속성)은 모두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복제인간은 자신과 유전자 염기서열이 일치하는 또 다른 인간이다. DNA 염기서열이 일치하기 때문에 외모는 기본적으로 거의 같다. 일란성 쌍둥이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은 이유 역시 DNA 염기서열 유전자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복제인간을 만들기 위한 이론적인 방법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간단하다. 복제하려는 사람의 피부 세포를 떼어낸 뒤 핵을 제거한 난자와 융합시킨다. 이렇게 하면 난자와 정자가 만나 만들어지는 수정란과 같아진다. 이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면 열 달 뒤 피부 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복제인간이 태어난다.


아일랜드나 레플리카에 등장하는 복제인간은 성인처럼 다 자란 상태로 태어나는데, 현대 과학으로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제미니 맨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자신과 같은 DNA를 갖고 있는 인간이 태어나 20년 동안 자란 뒤 두 사람이 만난 것이다.


이미 과학자들은 원숭이 실험을 통해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에서 복제인간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하지만 인간도 가능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고등 동물일수록 세포의 ‘리프로그래밍’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태아처럼 막 태어난 세포는 핵 치환법을 이용해 복제하기 수월하지만 다 자란 성인 세포를 이용하면 잘 되던 과정도 갑자기 턱 막힌다. 그 이유는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제미니 맨에서 아쉬운 것은 DNA가 같은 만큼 성격이나 생각하는 방식도 모두 일치한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DNA 구조가 처음 밝혀지고 난 뒤 팽배했던 ‘유전자 결정론’에 따른 시나리오로 보인다. 유전자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던 시절에 인류는 생명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이는 ‘백인은지능이 높다’와 같은 잘못된 상식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도 존재하지만 그 종류가 많을 뿐 아니라 유전자가 실제로 지능에 미치는 정도는 미미하다는 게 과학자들이 밝혀낸 결론이다.


즉, 지능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존재하긴 하나 그것이 없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거꾸로 지능을 좋게 한다고 알려진 유전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실제로 지능이 좋거나 공부를 잘한다고 볼 수도 없다. 유전자와 특정 형질과의 인과관계는 물론 존재하지만 성격이나 지능 등과 관련된 유전자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은 만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유전자가 같다는 이유로 생각하는 방식까지 같을 수 없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면 두 사람은 외모만 같을 뿐 아예 다른 인간으로 성장한다. 유전자는 그저 유전자일 뿐이다. 우리를 결정하는 것은 후천적인 노력이지 선천적으로 타고난 그 무언가, 즉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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