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소멸, 지구는 과연?

원호섭
2019-03-06
조회수 4891

태양이 소멸된다. 태양은 기존 크기보다 엄청나게 부풀어 오르고 수성과 금성을 삼켜버린다. 지구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태. 인류는 지구에 거대한 추진체를 장착하고 태양으로부터 벗어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엄청난 불꽃과 함께 태양에서 점점 멀어지는 지구, 과연 인류는 새로운 태양을 찾아 순항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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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랑지구> 속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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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중국의 공상과학(SF) 영화 ‘유랑지구’는 ‘태양이 소멸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상영 15일째 입장 수입은 56억 80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9500억 원에 이른다. 역시 중국은 스케일이 다르다. 영화 내용 역시 기존의 SF영화나 소설과 차별화된 내용을 갖고 있다.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폭파시키거나(아마겟돈), 인류가 지구 멸망을 앞두고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는(인터스텔라) 게 아니라 지구를 통째로 옮긴다. 스케일에 혀를 내두르지만, 과연 과학적으로는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태양은 소멸될 수 있다. 태양은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면서 발생하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낸다. 태양이 1초 동안 뿜어내는 에너지는 지구의 모든 인류가 100만년을 쓰고 남을 정도로 막대하다. 하지만 연료인 수소가 모두 소진되면, 태양은 서서히 소멸하게 된다. 수소의 양이 줄면서 태양 중심부의 핵이 점점 수축한다. 수소의 핵융합 반응은 점점 더 거세지면서 태양은 더 뜨거워지고 결국 팽창한다. 팽창한 태양을 ‘적색거성’이라고 부른다. 적색 거성은 수성과 금성을 잡아먹을 정도로 부풀어 오른다. 엄청난 열기 때문에 지구의 온도는 펄펄 끓는다. 지구에 있는 모든 물이 증발하고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다. 과학자들은 태양이 적색 거성으로 변하기 직전에 이미 엄청난 열기로 인해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커다랗게 태양이 부풀어 오른 뒤에는 다시 작아진다. 더 이상 핵융합을 일으킬 연료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구보다 크기가 작아지는데 이를 ‘백색 왜성’이라고 부른다. 폴란드와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이 지난해 태양의 마지막 모습을 시뮬레이션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태양은 그냥 사라지지 않고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볼 수 있는 행성 모양의 성운으로 변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성운은 우주 공간에 분포하는 물질이 어떠한 이유로 비교적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태양이 소멸하면서 자외선과 엑스레이를 방출하고, 이는 태양 주변에 밝게 빛나는 고리 모양의 빛을 만든다. 이후 점점 소멸돼 가스와 먼지로 변한 뒤에 우주 공간을 떠돌게 된다.

그럼, 지구는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거대해진 태양에 지구가 흡수되면서 소멸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지구가 태양계를 이탈해서 우주를 떠도는 행성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과거 학술지 ‘네이처’에 태양이 아무리 커져도 지구가 흡수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한 바 있다. 연구진이 ‘V391페가시’로 알려진 별을 관찰한 결과, 별이 소멸됐을 때 근처를 돌고 있던 행성이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지구와 태양간 거리와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 행성이 사라지지 않고 생존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행성이 생존했다 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생명체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없다. 지구는 태양 에너지에 의존해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만큼 태양이 더 뜨거워지거나, 혹은 사라져서 추워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래저래 생명체 자체가 생존할 수 없다.


유랑지구에서 지구가 찾아가는 새로운 태양은 ‘알파센타우루스자리’다. 지구에서 4.2광년, 즉 빛의 속도로 4년만 가면 되는 곳에 위치한 항성이다. 지구와 가까운 만큼 많은 SF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고 있지만 그렇게 가깝지는 않다. 1977년에 지구를 떠나서 명왕성을 지나간 보이저 1호가 앞으로 7만년을 더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인 만큼 현실적으로 그 별로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 또한 없다.

다행인 점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태양 소멸 시기는 앞으로 수십억 년 뒤에나 일어난다.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년, 현재 태양의 나이는 50억 살이다. 태양이 슬슬 소멸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 또한 20~30억년 뒤의 일이다. 그 시기까지 인류가 살아있을 지도 의문이고, 만약 그때도 인류가 생존해 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첨단 과학기술로 중무장한 상태일 것이 확실하다. 영화에서처럼 지구에 추진체를 장착해 이동할 수도 있고(정말 말이 안 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알파센타우루스자리로 순식간에 옮겨갈지 모른다. 인류는 항상 과거의 SF영화, 소설을 현실화시키고 있으니까. 단 인류의 횡포에 지구가 그때까지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랑지구>

 감독 곽범 출연 굴초소, 오경, 조금맥 등 개봉 2019.04.18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유랑지구> (수입,배급: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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