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섭
2019-08-05
조회수 2480

지난 7월 21일(표준시)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지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인류는 1969년 7월 21일 달에 도착했고 이후 달에는 토끼와 외계인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닐 암스트롱’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퍼스트맨’은 암스트롱이 달에 간 첫 번째 인류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등 우주 탐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공상과학(SF)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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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스트맨> 속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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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인류는 달에 가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달 음모론이다. 책을 비롯해 영화로도 수 차례 제작돼 퍼진 음모론은 1974년 미국의 작가인 ‘빌 케이싱’이 쓴 ‘우리는 결코 달에 가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이 발간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달 탐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음모라는 소문이 돈다.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기적으로 음모론들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믿지 않으려는 사람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달 탐사가 거짓이라는 사람을 위해 준비했다. 닐 암스트롱은 달에 다녀왔다. 영화에서도 그랬고 실제로도 그랬다.



음모론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주장 중 하나가 바로 달은 진공 상태인데 미국 국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당시 사진만 자세히 봐도 당장 반박이 가능하다. NASA는 미국 국기가 제대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기역(ㄱ)’ 자 모양의 깃대를 사용했다. 어렵게 달까지 갔는데 국기가 안보이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국기가 펄럭이는 것도 대기의 영향이 아니라 막대에 가해지는 충격이 남아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 달 하늘에 별이 하나도 없는 것도 자주 등장하는 음모론이다. 이는 태양빛을 받아 빛나는 달 표면에 카메라 노출을 맞췄기 때문이다. 빛 공해가 심한 곳에서 밤 하늘을 찍으면 별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달에선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달 토양에는 물기가 없는데 마치 진흙처럼 발자국이 남았다는 거다. 하지만 달 먼지는 규산염 성분으로 서로 달라붙는 성질이 있다. 달에 갔던 우주인들은 달 표면이 마치 젖은 모래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NASA는 2009년 달 궤도 위성을 이용해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때 사용하고 버리고 온 분사 모듈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NASA의 아폴로 프로젝트를 기록한 테이프 700 상자가 없어진 것을 두고 이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떠돈다. 행방불명됐던 이 테이프는 호주의 한 대학에서 발견됨으로써 은폐 공작이 아닌 관리 허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NASA가 잘못하긴 했다).


우주인과 아폴로 우주선의 그림자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NASA는 우주인이 해가 지평선에 걸려 있을 때 높은 언덕에서 찍었기 때문에 그림자 방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혹은 달에 도착한 월면차의 크기다. 아폴로 17호 우주인이 달에서 돌아다닐 때 이용한 월면차는 무게만 210kg이다. 바퀴 지름이 2.3m, 차체 길이는 3m다. 차체 높이도 1.1m다. 하지만 아폴로 달 탐사선은 너비 4.3m, 높이 5.5m로 작은 편이다. 여기에 우주인이 3명 탑승하고 필요한 장비를 싣고 나면 월면차를 실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NASA의 답변은 명쾌했다. “월면차는 접었다 펼 수 있도록 제작됐다. 문제 없는 내용이다.”



달 탐사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달에 도착한 사람들이 다시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어떻게 돌아왔는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달이 지구 중력의 6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달에서 우주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적어도 지구에서 만든 발사대 크기의 6분의 1 규모의 발사장과 발사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쉽게도 역시 틀린 말이다. 발사체가 우주로 나아가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기의 저항력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발사하는 발사체 연료의 약 90%가 대기권 돌파에 활용된다. 달에는 대기가 없는 만큼 많은 연료와 커다란 로켓이 필요하지 않다. 지구 중력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초속 11km의 속도가 필요하지만 달은 초속 2.4km면 충분하다.


그 동안 인류가 달에 가지 않은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수백 조원의 돈을 들여 달에 갔는 데 딱히 할 일이 없던 거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달은 화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 기지로서 주목 받고 있다. 내후년에는 스페이스X가 민간인을 태우고 달 궤도를 도는 관광상품을 선보인다. 짧게는 10년, 멀게는 30년 뒤, 인류는 정말 달에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가능할지 모르는 시대가 됐다. 그때가 되면 음모론은 사라질 수 있을까.




<퍼스트맨>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라이언 고슬링, 클레어 포이 등 개봉 2018.10.18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퍼스트맨> (수입 및 배급:유니버설 픽쳐스)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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