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수학으로 가능할까?

원호섭
2019-10-10
조회수 495

2007년 개봉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 ‘타짜’가 돌아왔다. ‘원 아이드 잭’이라는 부제로 개봉한 이번 영화에서는 전라도를 평정했다고 알려진 짝귀의 아들이 등장한다. 짝귀는 아귀와의 결전에서 기술을 쓰다 걸려서 한쪽 손을 잃었고, 돈을 모두 잃고 한 쪽 귀를 잃었다. 전설로 남은 짝귀. 그의 아들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짝귀의 아들은 화투가 아닌 ‘포카’에 몰두했다. 전국의 포커 고수들이 모여 화려한 ‘한 판’을 위해 뭉치는 이야기가 담긴 타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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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속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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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읽는 글에 왜 도박 영화를 꺼내느냐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대학교 시절, 타짜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중학교 3학년때 다녔던 집 근처 수학 학원 선생님이 떠올랐다. 그는 화투를 통해 우리에게 확률을 가르쳤다. 도박과 화투,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과학고에 많은 학생을 보내 필자가 살던 지역에서 인기 강사였던 그는 확률 단원에서 갑자기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스톱 칠 줄 아는 사람 있나? 섰다 할 줄 아는 사람은?” 몇몇 학생들이 쭈뼛거리며 손을 들었다. “자기가 잘 친다고 생각하는 사람?” 2~3명이 어설프게 손을 들었다. 그들을 보며 선생님이 말했다. “너희들이 타짜가 아닐 테니까, 너희들은 확률을 상당히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수학 교사다. 난 화투칠 때 확률을 계산하며 친다. 오랫동안 치면 확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체력만받쳐 준다면 난 화투를 칠 때 돈을 잃은 적이 없다.” 그러면서 화투패를 몇 개 칠판에 그렸고(그 당시만 해도 칠판에 분필로 강의하던 시절이었다) 우리에게 물었다. “이번 차례에 어떤 화투패를 내야 점수를 딸 수 있는 확률이 높을까?”



원리는 간단했다. 내게 놓여있는 패, 상대에게 놓여있는 패, 내가 갖고 있는 패를 센 뒤 뒤집어져 있는 화투장이 무엇이 나올지 확률을 계산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1’ ‘2’의 패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패는 이미 다 나온 상태에서 뒤집어져 있는 패가 1이나 2여야만 점수가 나온다고 가정하다. 화투에서 각 패는 네 장씩 있다. 내가 1을 갖고 있고, 상대가 내려놓은 패에는 1이 없다. 그렇다면 1은 세 장이 남은 상황이다. 그 1은 상대가 갖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뒤집어져 있는 패 안에 있을 수 있다. 그런데 2는 내가 갖고 있고, 상대가 이미 두 장을 내려놨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내는 게 유리할까. 당연히 1이다. 뒤집어져 있는 패에 1이 세 장 있을 확률이 2가 한 장 있을 확률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화투를 칠 때 확률을 고려하면서 친다면, 상대가 타짜가 아닌 상황에서 이길 확률은 높아진다(물론 수학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수학 잘하는 사람이 도박도 잘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 학생들이 카지노에 가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재를 다룬 영화 ‘21’이라고 있다.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 수학 천재들은 카지노에서 확률을 이용해 많은 돈을 딴 것으로 그려지는데 현실에서는 달랐다. MIT 학생들이 카지노에서 딴 돈은 1명당 1년에 약 30000달러, 우리 돈으로 36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확률을 따져가며 합리적으로 계산하며 베팅한 결과였다. 알다시피 MIT 수학과 학생들의 몸값은 많으면 수십만 달러 이상이다. 3600만원 벌기 위해 카지노에서 1년을 보낼 필요는 없다.


유독 돈 내기에서 승률이 좋은 사람이 있다면 유전자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연구진은 19~27세 남성 83명을 대상으로 판돈 25달러를 준 뒤 돈을 거는 내기를 하도록 했다. 50대 50의 확률 게임에서 돈을 걸면 7달러를 따고, 그렇지 않으면 4달러를 잃게 된다. 연구팀은 이 내기를 140회까지 진행했는데 실험 결과 ‘MAOA-L’라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돈을 걸어 내기에 임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 될 때 금전적인 위험을 감수했는데, 이는 위기 상황에서 예리하게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위험해 보이는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크긴 한데, 이 선택이 항상 나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유전자의 도움으로 어떤 이들은 단순한 게임에서 꽤 큰 돈을 따냈다.


혹시라도 ‘난 확률 잘하고 대담하니까 (도박에)소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있을까 봐 남긴다. 이미 도박 또한 인공지능이 모두 1등을 차지했다. 점당 10원, 100원짜리 게임이 아니라면, 도박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집을 나선다면 안 된다. 인간은 도박에서 절대로 돈을 딸 수 없다. 확률 공부가 하기 싫을 때, 확률이 어려울 때, 잠깐 영화 타짜를 생각하며 재미를 붙이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타짜: 원 아이드 잭>

 감독 권오광 출연 박정민, 류승범 등 개봉 2019.09.11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제작: 싸이더스 배급:롯데엔터테인먼트)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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