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섭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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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릉.” 벨이 울린다. 규칙은 간단하다. 스피커 폰으로 받을 것. 모든 사람들에게 통화 내용을 들려주는 것.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 역시 규칙은 같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네 명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의 아내와, 결혼을 앞둔 사람도 함께 모였다. “우리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 이 한 마디에 누군가 의문을 제기한다. “정말 그럴까?” 인간은 생각보다 많은 비밀을 갖고 있었고, 또 생각보다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거짓말. 과학은 거짓말을 어떻게 설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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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 속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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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된다.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하고 티도 나지 않는다. 이 같은 옛말은 나름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2016년 영국 칼리지런던대 연구진은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18~65세의 자원자 80명에게 거짓말 보상 게임을 시켰는데, 동전이 들어있는 병 사진을 보여주고 자신의 파트너에게 동전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파트너는 동전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른다. 실험 참가자가 말한 금액과 파트너가 추정한 금액
이 맞으면 금전적인 보상을 한다. 그런데 게임을 60회 진행하자 참가자들은 실제보다 부풀린 액수를 말하면 더 많은 보상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유는 파트너가 연기자였기 때문이다.


즉, 1달러를 본 실험 참가자가 파트너에게 “병 안에 1달러가 있다”고 말하면, 파트너 역시 “1달러 같다”고 말한다. 그럼 참가자에게 1달러가 제공된다. 실수로 참가자가 1달러를 봤음에도 파트너에게 “2달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 파트너가 “2달러가 있다” 이야기하고 그럼 참가자는 2달러를 제공받는다. 결국 실험 참가자들은 병 안에 들어있는 돈의 액수를 정확하게 아는데도 불구하고, 조금씩 더 많은 돈이 있다고 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빈도 또한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재미있는 것은 거짓말을 할 때 뇌를 촬영해 분석한 결과였다.


연구진이 실험 참가자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촬영 장치로 관찰했더니 처음 거짓말을 할 때는 뇌 측두엽 안쪽에 있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체는 부끄러움, 공포감 등을 느끼거나 윤리적인 문제를 판단할 때 주로 반응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짓말을 거듭할수록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정도가 점점 약해졌다. 거짓말을 막는 제동 장치가 제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연구진은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부끄러운 감정이 줄어들게 되고 오히려 능숙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거짓말쟁이가 왜 더 큰 거짓말쟁이가 되는지를 보여준 연구였다.



거짓말도 머리 좋은 사람이 잘한다. 역시 근거가 충분하다. 미국 UCLA 연구진은 병적인 거짓말쟁이 12명을 일반인 21명, 거짓말 성향이 관찰되지 않는 반사회성 인격장애 환자 16명의 뇌를 비교했다. 그 결과 병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뇌에서는 백질의 양이 일반인에 비해 22.2%, 반사회성 인격장애 환자에 비해 25.7%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회색질의 양은 일반인에 비해 14.2%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간의 뇌에서 회색질은 신경 세포가 밀집한 겉 부분이고, 백질은 신경 세포를 서로 연결하며 통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거짓말쟁이의 전두엽에서 회색질이 감소한 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신경세포가 부족해 도덕적인 판단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거짓말쟁이는 백질을 더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는 뇌 속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 머리가 잘 돌아가니 그만큼 거짓말을 잘 했다는 얘기가 된다.



영화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당황한다. 동공이 커지기도 하고 말을 더듬거나 딴청을 한다. 모두 근거가 충분하다. 거짓말을 할 경우, 사람이 느끼는 긴장감은 자율신경에 의해 지배된다. 자율 신경은 소화 기관처럼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응하는 신경을 뜻한다. 밥을 삼키면서 “난 밥을 소화시키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해도 우리 위와 장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과 같다. 아무리 강심장이고 뻔뻔하더라도 거짓말을 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또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더 재미있는 것은 거짓말을 하면 코가 조금은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거짓말을 하면 코 안의 혈관 조직이 팽창해서 충혈되고, 코가 간지러워져 무의식적으로 긁거나 만지면서 크기가 미세하게 커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눈으로 알아채긴 어렵다.


거짓말은 달콤하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속이면서 얻는 쾌감. 거짓말을 통해 남을 깎아 내릴 수도 있고, 자신의 능력을 생각보다 과대포장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짓말 역시 뇌의 문제다. 거짓말을 많이 하고, 주체할 수 없다면 ‘뇌가 아프다’고 생각해야 한다. 거짓말은 좋은 거짓말만 해야 한다(물론 좋은 거짓말도 자주하면 안 좋다. 사람이 가벼워 보인다).


<완벽한 타인>

 감독 이재규 출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등 개봉 2018.10.31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완벽한 타인> (제작: 필름몬스터 배급:롯데엔터테인먼트)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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