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물린 인간, 컨테이젼

원호섭
2020-04-14
조회수 393

홍콩 출장을 다녀온 한 사람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한다. 곧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으로 쓰러지며 목숨을 잃는다. 고열에 이은 발작과 뇌출혈. 원인 모를 질병은 국경을 너머 전 세계로 퍼진다. 인류는 ‘팬데믹 공포’에 빠지고 과학자들이 총 동원돼 문제 해결에 나선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의 스토리다. 과거에도 바이러스 창궐을 다룬 영화는 여럿 있었다. '아웃 브레이크'와 한국 영화 ‘감기’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 컨테이젼은 과학적 고증과 현실 묘사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영화의 큰 줄기가 실제 우리 생활에 침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알려지면서 ‘역주행’ 해 재개봉 하기도 했다.


영화 <컨테이젼> 속 과학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명장면이다. 바이러스의 시작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인 '애임 앨더슨'의 개발로 숲이 파괴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박쥐로부터 시작됐다. 이 박쥐는 살 곳을 잃어 인근 농가의 돼지 축사로 날아갔다. 박쥐가 먹고 있던 먹이가 축사로 떨어졌고 돼지가 그걸 주워 먹는다. 이후 이 돼지를 도축한 주방장은 손을 씻지 않은 채 자신을 찾아온 사람과 만나 악수를 한다. 이 악수를 한 사람이 첫 번째 감염자였다. 첫 번째 감염자가 일하는 회사의 이름이 바로 애임 앨더슨. 결국 ‘자업자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도 ‘사스’와 마찬가지로 박쥐가 숙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쥐는 많은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실제로 국내 서식하는 박쥐의 분변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여럿 발견된 적도 있다. 특히 중국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박쥐의 몸 안에는 몇 군데만 변이를 일으키면 언제든지 사람에 감염할 수 있는 이른바 ‘준비된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가 득실거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


박쥐는 1990년대 이후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에게 옮겼다. 1994년 호주에서 경주마와 조련사를 죽인 '헨드라 바이러스', 1995년 호주에서 돼지 불임을 유발한 '매냉글 바이러스',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1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니파 바이러스' 모두 박쥐가 갖고 있던 바이러스가 전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쥐가 갖고 있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잘 전염되는 이유는 ‘같은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종이 다르면 바이러스는 잘 감염되지 않는다. 이를 ‘종간 장벽’이라 부른다. 하지만 박쥐와 인간은 같은 종이라 종간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박쥐는 수십만~수백만 마리가 무리 지어 생활을 하는만큼 바이러스가 고르게 퍼질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포유류가 박쥐에 감염되면 면역 세포가 발동해 이를 공격한다. 하지만 박쥐는 면역력이 약한데 그렇다고 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게 아니라 ‘공존’을 선택했다. 박쥐는 하늘을 날 때 체온이 40도까지 상승하는데 이처럼 높은 온도에서는 바이러스가 무수히 많이 증식하지 못한다. 즉 박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보다는 공존하는 존재고, 또 하늘을 날면 체내에 있던 바이러스 수가 줄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바이러스를 보유하는 존재로 진화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욕심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을 불렀다는 설정도 유사하다. 현재 코로나19는 인간이 무분별하게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부분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가 출현했다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천산갑, 천산갑에서 사람, 사람과 사람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진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천산갑은 인간이 하도 잡아서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과학자들은 1950년대 이후 인간을 위협한 여러 바이러스들이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생태계 파괴로 인간과 야생동물이 접촉하는 빈도가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기존에는 알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인간 세계로 이동하면서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빠른 시일 내에 개발될 가능성은 낮다. 일부 기업이나 과학자들이 '백신(또는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거나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의 비밀을 밝혀냈다' 등의 자료를 쏟아내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아무리 빨라도 앞으로 1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무조건 복용할 수 없다. 새로운 치료제나 백신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동물 실험부터 차근차근 거쳐야 한다. 급하다고 무작정 사람에게 투여하면 더 큰 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은 간단하다. 영화 컨테이젼에서 등장하는 첫 번째 바이러스 감염자에서 볼 수 있듯이 손을 깨끗이 씻으면 된다. 현재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만큼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가지 않고 마스크를 쓰며 밖에 나갔다 돌아온 뒤에는 깨끗이 손을 씻고 얼굴을, 특히 호흡기 부분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평소와 다른 몸 상태가 나타나면 즉각 인근 보건소나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온 이유는, 결국 우리 때문이다. 




<컨테이젼>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맷 데이먼 등 개봉 2011.09.22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컨테이젼> (수입 및 배급: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 글쓴이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기자 

E. 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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