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주 정거장, 그 곳에선 어떤 일이...

원호섭
2020-07-20
조회수 393

몸이 둥둥 뜬다. 물을 마시다 흘리면 물은 '구' 형태로 떠다닌다. 무거운 것도 없다. 


이곳에서 움직이며 벌어지는 모든 일은 지구의 환경과 다르다. 마냥 신이 날 것 같지만 심신이 미약(?)한 사람은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중력이 없다 보니 '위'와 '아래'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실수로 이 '공간'에 홀로 놓이게 되면 '공포증'과 같은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누구나 갈 수 없기 때문에 신비로운 곳,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곳, 바로 '우주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미국의 유명 배우 '톰 크루즈'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 공간에서 영화 촬영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와이어를 몸에 걸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직접 오르기도 하고, 헬기를 직접 운전했던 톰 크루즈. 아무리 물, 불 안가리고 뛰어 들었다고 하지만 이번 도전은 무모해 보일 정도다. 그 어떤 영화보다 현실성 가득하겠지만, 위험하지는 않을까? 국제 우주 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 그 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영화 <그래비티>



ISS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바로 '그래비티'다. 그래비티는 우주 공간에서 '허블 망원경'을 고치던 과학자들이 '우주 쓰레기'로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담고 있다. 우주 쓰레기란, 인간이 남긴 흔적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것을 말한다. 기한이 지난 인공위성을 비롯해 발사체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 등 수많은 우주 쓰레기는 마치 ISS처럼 지구 주변을 빠른 속도로 돌며 ISS를 위협한다. 



실제로 지구를 벗어난 우주는 상당히 위험하다. 우주 쓰레기의 속도는 초속 7~11km에 달할 정도로 빠르다. 지름 10cm 달하는 작은 부품은 영화에서처럼 인공위성 하나를 먹통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실제로 ISS는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10여 차례나 이동한 적이 있을 정도다. 2011년 6월에는 우주인들이 탈출용 우주선을 타고 대피한 적도 있었다. 



가장 현실적인 우주인의 삶을 다룬 영화 '그래비티'


영화 '그래비티'는 ISS에 있는 우주인의 삶을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한 영화로도 꼽힌다. 하지만 실제 무중력 상태에서 영화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촬영진은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12개의 와이어를 배우의 몸에 연결,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영화 촬영에 걸린 시간은 무려 5년. 다만 진짜 무중력 상태가 아니다 보니 배우 '산드라 블록'의 머리카락은 단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무중력 상태에서는 머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그래비티의 가장 큰 '흠(?)'이라면 허블 망원경에서 중국의 우주 정거장 '텐궁'으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드라마틱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실제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허블 망원경은 고도 559km에서 경사각 28.5도를 유지하며 지구를 돌고 있다. 중국의 텐궁은 고도 417~420km에서 경사각 51.65도로 돌고 있는데 높이 차만 140km에 달한다. 우주에서 조난 당한 우주인이 눈으로 천궁을 발견하고 이동하는 일 또한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이 정도 거리라면 밝게 빛을 내지 않는 한 검은 우주에선 찾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톰 크루즈는 ISS에서 영화 촬영에 도전한다. 발사체를 타고 ISS에 도킹하기 위해서는 실제 우주인처럼 많은 체력 훈련, 정신적인 훈련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ISS 내의 생활은 어떨까. ISS는 무려 시속 2만 9000km의 속도로 지구 저궤도를 공전하고 있다.  ISS가 위치한 우주 공간은 지구가 물체를 잡아 당기는 중력과 ISS가 지구를 돌면서 만들어지는 원심력이 서로 상쇄되는 거리다. 다만 완벽한 무중력 상태는 아니어서 지구 중력에 이끌려 미세하게 고도가 낮아지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연료를 분사해 고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ISS는 뗐다 붙였다 하는 모듈로 구성돼 있다. 이론적으로 ISS에 많은 모듈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단 한번의 고장이나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이 담보될 때에만 도킹이 이어진다. 우주 공간의 기압은 '0'이다. ISS 내부는 우주인의 생활을 위해 지구와 같이 1기압이 유지된다. 산소와 물을 필요할 때마다 지구에서 나를 수 없는 만큼(발사체를 한번 쏠 때 수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대부분 재사용한다. 



소변 처리기는 소변을 증류시켜 식수로 만들고, 식수의 일부는 전기 분해를 통해 산소를 발생시킨다. 소변 처리기가 고장나면 저장 탱크에 한 동안 모아뒀다가 재활용한다. 하지만 러시아 우주인과 미국 우주인의 삶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 미국 우주인들은 소변을 정화시켜 사용하지만, 러시아 우주인들은 지상에서 보낸 생수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ISS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자동차 엔진 크기의 장비가 작동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렇게 수거한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만 떼어낸 뒤 다시 수소와 결합시켜 물을 만들어 낸다. 


                   



이 같은 공간에서 영화 촬영을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무중력을 표현한 그 어떤 영화보다 더욱 '리얼'한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 그래비티처럼 ISS는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6월 21일, NASA는 ISS에 적색 경고를 보냈다. 폐기된 위성과 부딪칠 가능성을 확인해서다. 



6시간 전에 알았다면 ISS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었지만 2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NASA는 ISS 모듈에 있는 모든 문을 닫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운이 좋아 한개의 모듈과 위성이 충돌했을 때 나머지 모듈의 연쇄 폭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러시아 우주인들은 느긋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운명에 맡기자는 식으로 나온 것이다. 당시 ISS에 머물렀던 미국 우주인 '스콧 켈리'는 그의 저서 '인듀어런스'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러시아식 대처법은 될 대로 되라며 생애 마지막 20분이 될지 모르는 시간에 점심을 먹는 것이었다. 나도 동료들이 먹고 있는 캔을 하나 얻어 먹었다. 만약 충돌했다면 1000분의 1초 만에 (우주인들은) 낱낱이 원자로 쪼개져 사방으로 흩어졌을 것이다.



다행히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러시아 위성은 ISS를 비껴 지나갔고 우주인은 살아 남았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지구 귀환에 성공한 산드라 블록은 어렵게 땅을 딛고 일어선다. 대략 우주에 1달 정도 있으면 뼈와 연골, 근육의 기능이 약 1%씩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중력 공간에 오래 있게 되면 뼈 스스로가 "힘을 주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칼슘을 배출하게 된다. 우주에 오래 있으면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튼, 내년이면 만으로 59세가 되는 톰 크루즈의 도전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그래비티>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개봉 2013.10.17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그래비티> (수입 및 배급:해리스앤컴퍼니)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 글쓴이 매일경제 원호섭 기자 

E. 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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