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의 귀환, 좀비는 실재할 수 있을까?

원호섭
2020-08-18
조회수 2202

분명 심장 박동이 멈췄는데, 곧 몸을 움직인다. 좋게 말하면 마치 예술(댄스)처럼, 각기 댄스(?)라고 해야 할까. 기묘한 동작과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의 조화. 초점 없는 눈빛.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영화를 통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 존재는 바로 '좀비.'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국가에서 좀비는 친숙한 존재다. 이미 100여 년 전부터 공포 영화의 주인공으로 좀비가 등장했을 정도다. 악마, 드라큘라 등과 함께 좀비는 서양 공포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과거 몇 편의 좀비 영화가 발표된 적이 있었지만 '부산행'이 개봉되기 전까지 큰 이슈를 끌지 못했다. 부산행의 성공 이후 공포 영화 시즌인 여름, 부산행2인 '반도'와 배우 '유아인'이 등장하는 '살아있다'가 개봉했다. 부산행으로 친숙해진 좀비를 소재로 한 스릴 넘치는 공포 영화다. 


좀비는 물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간혹 '마약'과 같은 불법 약물에 취한 사람들의 행동이 좀비와 비슷하다는 일화가 인터넷을 타고 전파되긴 하지만 죽은 사람이 다시 되살아나는 일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과거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일이 수 차례 반복된 일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현존하는 좀비'를 파악하기 위해 그 곳으로 향했다. 



영화 <반도> 



되살아난 사람들...

1980년, 아이티의 한 마을에서 '나타게프 조제프'라는 60세 여인이 나타났다. 그 여인의 출현이 아이티를 경악케 했던 이유는, 14년 전인 1966년 사망 판정을 받고 무덤에 묻혔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기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976년 30세 나이로 사망한 '티팜'이라는 여성도 1980년 모습을 드러냈다. 1962년 사망 판정을 받은 '클레어비우스 나르시스'라는 인물 또한 1980년 발견됐다. 대부분 정상적인 인지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과연 좀비였을까?


당시 아이티에서 이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자 영국 BBC 방송은 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했고 곧바로 미국과 유럽에서 '아이티 좀비'가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을 달랐다. 미국 하버드대 '웨이드 데이비스' 박사, 정신과 의사이자 향정신성 약물 전문가인 '네이선 클라인', '하인츠 리먼' 박사는 '죽은 사람이 되살아날 리 없다'고 여겼다. 화제가 된 좀비는 '특정한' 약물에 중독된 것으로 여기고 곧바로 가방을 싸 아이티로 향했다.


조사 결과 좀비들은 아이티에 있는 부두교 '주술사'들과 관련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가루를 사람에게 묻혀 일시적으로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후 가사 상태에 있는 사람을 꺼내 '되살아난 것처럼' 꾸민 것이었다. 이들에게 주술사들은 또 다른 가루를 투여했고, 이로 인해 인지 능력이 떨어진 일명 좀비들은 농장으로 팔려가 노예 생활을 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큰 돈을 주고 주술사로부터 '마법의 가루'를 얻는데 성공했고 미국으로 돌아와 연구하기 시작했다. 




좀비를 만들어 낸 건, 복어독?!


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사람의 심장 박동수를 느리게 해 가사 상태로 만드는데 쓰였던 가루에서 '복어독'이 발견됐다. '테트로도톡신'으로도 잘 알려진 독약이었다. 테트로도톡신을 섭취한 사람들은 급격한 체중 저하, 호흡 곤란, 폐부종, 사지 마비 등을 일으켰다. 심하면 뇌사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테트로도톡신에 감염된 사람들 중에서는 생리 기능이 극도로 저하되면서 가사 상태에 빠졌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깨어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됐다. 주술사들은 이를 이용했다. 독을 이용해 가사 상태로 만든 뒤, 장례를 치르고 나면 이들을 꺼냈다. 이들에게 환각 증상과 정신 착란을 일으키게 하는 두 번째 가루를 투여했다. 두 번째 가루에는 독거미로 알려진 '타란툴라'의 독이 검출됐다. 향정신성 물질이었다.



아이티 좀비는 죽은 사람이 부활한 것이 아니고 복어독, 거미독을 이용한 눈속임이었다. 데이비스 박사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1988년 4월 15일 저명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좀비를 과학으로 설명한 데이비스 박사 논문은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좀비 미스터리는 결국 과학으로 풀리게 됐다. 이후 과학자들은 가사 상태에 빠지게 하는 독의 양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잔인한 부두교 주술사들은 순진한 아이티 주민들을 상대로 일종의 속임수를 통해 권력과 돈을 갈취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이 천동설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작용했듯 데이비스 박사의 논문은 미신에 고통받던 아이티 주민들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하는 데 도움을 줬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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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좀비 영화는 재밌다. 한때 좀비 영화 매니아로서 남기는 조언 셋. 좀비가 등장 한다면 문을 잠그고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말 것, 수돗물을 확보할 것, 빠르게 메시지를 남겨야 하는 곳에 자신의 위치를 남길 것. 가장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생존 확률은 높아진다.




<반도>

감독 연상호 출연 강동원, 이정현 개봉 20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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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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