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의 과학, 영화 '뉴 뮤턴트'

원호섭
2020-09-21
조회수 613

엑스맨과는 조금 다른, 그런 돌연변이들이 나타났다. 모두 10대. 어린 돌연변이인 이들은 영화 '엑스맨'에 등장하는 '자비에 영재학교'에 다니지도 못했다. 축축하고 어두컴컴한 비밀 수용소에 갇힌 이들은 조금씩 자신의 능력을 깨우치며 성장해 간다. 최근 개봉한 영화 '뉴 뮤턴트'는 제목 그대로 엑스맨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돌연변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들은 과연 기존 영화 엑스맨의 계보를 잇는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영화 <뉴 뮤턴트> 



돌연변이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

넓은 초원에 기린 한 쌍이 살고 있었다. 두 마리의 기린 사이에서 한 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는데, 목 길이가 다른 기린보다 유독 길었다. 기린은 쑥쑥 자라났다. 어느날, 초원에는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고, 기린들은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먹이를 찾지 못했다. 목이 기다란 새끼 기린은 다른 기린보다 생존에 유리했다. 남들이 먹지 못할 정도로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 있던 나뭇잎을 먹으며 버틴 기린은 가뭄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기린을 만나 짝짓기를 한 뒤 자신의 유전자를 새끼에게 물려준다. 천덕꾸러기였던 목이 긴 기린 이야기는...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간단한 이야기에 돌연변이와 진화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자연에서 돌연변이는 이처럼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저 우연히 DNA에 변화가 생겼고 유전자가 변했다. 이에 따라 몸의 형태가 조금 달라졌다. 이를 '형질이 달라졌다'고 표현한다. 달라진 형질이 생존에 유리하다면, 이 형질을 만들어 낸 유전자는 대를 이어 전달된다. 이같은 유전자 변이는 정말 '우연'에 의해 생긴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위적인 방식으로 유전자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영화 엑스맨에서도 등장하는데, 바로 '방사능'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생물의 세포는 방사능에 노출될 경우 DNA 변이가 발생한다. 두 가닥으로 꼬여 있는 DNA가 풀리거나,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으로 이루어진 DNA 염기가 바뀌거나 뒤틀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 개체가 갖고 있지 않았던 형질이 발현될 수 있다. 만약 태아가 방사선에 노출되면 세포 분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신체 일부가 정상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아기가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고 난 뒤 인근 지역에서 기형아 출산율이 높아진 것 또한 방사능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방사능에 노출될 경우 정자와 난자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물론 우리 주변에 있는 생활 방사선이나 X-선 촬영 등에 따른 방사선 노출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인간의 역사도 돌연변이의 역사

영화에 등장하는 돌연변이들은 일반적으로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고 있다. 영화 엑스맨에서 많은 돌연변이들이 등장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돌연변이로 뒤바뀐 형질이 생존에 불리하다면 유전자는 대를 이어 전달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같은 인간인데 하늘을 날기도 하고 불이나 얼음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 내거나 철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이 정도 능력을 갖고 있는 돌연변이라면 떼돈을 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돌연변이들은 일반인 보다 생존에 유리해지고, 결국 지구는 돌연변이로 뒤덮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돌연변이는 더 이상 돌연변이가 아니다.




실제 인간의 역사에서도 돌연변이가 지구를 지배한 사례가 꽤 등장한다. 15만 년 전 빙하기 말 북부 유럽에서 ‘금발’ 돌연변이가 처음 나타났다. 금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1만 년 뒤 유럽 전역으로 퍼지게 됐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금발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돌연변이가 인류를 지배한 대표적인 사례다. 



아프리카에선 돌연변이로 '낫' 모양의 적혈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는 산소와 결합하기 쉽도록 가운데가 볼록한 원반 모양이다. 적혈구가 낫 모양이면 산소 결합이 어려워 빈혈이 일어나기 쉽다. 빈혈이 발생한다면 자연적으로 도태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낫 모양 적혈구를 갖고 있는 사람은 늘고 있다. 이유는, 낫 모양 적혈구가 말라리아 병원균에 강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조금씩 과거 돌연변이가 이제는 정상이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네덜란드인들의 형질 또한 이 같은 '자연선택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150년 사이, 네덜란드인의 신장은 무려 20 cm 커졌다. 영국의 한 연구진이 네덜란드인을 선별해 조사한 결과 키 큰 남성은 키 작은 남성보다 더 많은 자녀를 갖고 있었다. 키 큰 남성들은 자녀가 없을 가능성이 낮았다. 키 큰 남성들이 갖고 있는 유전자를 자녀에게 더 많이 물려줌으로써 네덜란드인의 신장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음을 보여 주는 통계다. 




일부러 돌연변이를 만드는 시대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일부러 돌연변이를 만들어 낸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생긴 수정란의 유전자를 조작한 뒤에 자궁에 착상시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미 돼지를 비롯해 원숭이 등 많은 동물들을 대상으로 가능함이 확인됐다. 불과 몇년 전에는 중국에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태아의 수정란을 조작하는 일도 있었다. 아이는 태어났지만 과학계는 분노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편집이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등에 대해 아직 알아야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 위험한 실험을 한 과학자는 중국에서 구속됐고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학자는 유전자 가위로 'CCR5(HIV를 받아들이는 유전자)'를 제거(녹아웃)해 유전적으로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한 쌍둥이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물론 CCR5가 없으면 AIDS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CCR5가 없으면 지적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전자 한개를 바꿨다고 해서 '완벽한' 인간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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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이왕 태어났으니, 투명인간도 한번 됐으면 좋겠고, 순간이동이 가능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실제 우리 삶 속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 형질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은 게 대부분이다. 지금의 내가,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건 형질이 바뀌는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방사선이 가득한 곳에 뛰어 들면 그저 목숨을 잃을 뿐. 돌연변이를 꿈꾸기 보다는, 머리를 많이 쓰는게 성공의 지름길이다. 돌연변이는 불가능하지만, 뇌 세포는 쓰면 쓸수록 건강해진다. 





<뉴 뮤턴트>

 감독 조쉬 분 출연 메이지 윌리암스, 찰리 히튼 등 개봉 2020.09.10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뉴 뮤턴트> (수입 및 배급: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E. 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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