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섭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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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가 빙하가 녹는 '해빙(The thaw)'을 조사하기 위해 북극으로 떠났다. 그는 연구할 수 있는 인력 3명을 보내 달라 대학에 요청하고, 그의 딸을 포함한 4명의 학생들이 헬기를 타고 북극에 위치한 작은 연구소에 도착한다. 그들을 맞이한 것은 커다란 북극곰. 북극곰과 기념 촬영을 한 학생들이 한 명 두 명 갑자기 쓰러지기 시작한다. 



지구 온난화로 깨어난 고대의 생물



북극곰은 빙하 깊은 곳에 묻혀 있던 매머드를 뜯어 먹었고, 그 과정에서 최소 수만년 전에 존재했던 기생충도 함께 잡아 먹었다. 이 기생충으로 인해 북극곰은 죽었고, 이에 감염된 사람들 역시 마치 좀비처럼 쓰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고대 기생충은 생물체의 몸속으로 들어가 알을 낳고 번식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기생충이 보금자리로 선택한 생물은, 결국 죽고 만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더 소우(The thaw)'의 줄거리다. 


다행스럽게도 영화의 끝 부분에서는 남아 있던 기생충이 모두 불에 타 죽고 만다. 해피엔드로 끝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장면이 바뀌고,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빙하 깊숙히 묻혔던 이름 모를 생물이 드러나고, 사람과 함께 살던 개가 입맛을 다시며 혀를 갖다 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생물을 가득 채우고 있던 기생충을 클로즈업 한다.


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영화 더 소우. 하지만 영화가 개봉하고 불과 10년 만에 이같은 일이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수천, 수만년 전에 살았던 세균, 바이러스들이 빙하와 함께 얼어 있다가 지구 온난화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러시아 시베리아에 있는 자치구 '야말로네네츠'에서 벌어진 일이다. 갑자기 탄저병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2000여 마리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지역 주민 90여 명을 조사했더니 8명이 탄저균에 감염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사건은 얼어 있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속에 보존돼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과 동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조사 결과 사망자는 탄저균에 감염된 사슴 고기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슴은 75년 전 죽은 뒤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다가 갑자기 따듯해진 날씨에 지표 위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슴의 체내에 있는 탄저균은 주변 물과 토양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근처에 있던 순록을 감염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시베리아 지역은 평소와 달리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인류가 알지 못하는 생물, 바이러스 더 많아


그나마 인류가 알고 있는 미생물이 전염된다면 백신이나 치료제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처가 가능하다. 문제는 최근 전 지구로 퍼져 나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여지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나 세균이 등장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미국과 중국 연구진은 티베트의 빙하를 대략 50m 가량 뚫은 지점에서 1만 50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이 바이러스 그룹에서는 다양한 유전 정보를 확인했는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임을 확인했다. 빙하 아래 50m 지점인 만큼 이 바이러스가 당장 지구 위로 퍼질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지금처럼 지속되면서 빙하가 녹는다면 언제든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 연구진은 2014년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3만 년 전에 존재했던 거대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3만년 전이면 인류가 '원시인'처럼 살던 시절인 만큼 당시 인류에게 영향을 미쳤던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 빙하나 영구 동토층처럼 온도가 낮고 산소가 부족한 곳에 갇혀 있던(?) 바이러스는 수만년 이상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얼음이 녹으면, 언제든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구동토층의 탄소


바이러스나 세균만 문제가 아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얼음 속에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이 대기 중으로 방출돼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 시킬 수도 있다. 최근 스톡홀름대학교 연구진은 시베리아 인근 북극해의 해저 퇴적물을 연구한 결과 약 1만 4700년 전,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영구동토층에는 탄소가 많이 저장돼 있는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 탄소가 대기 중으로 노출됐다는 설명이다. 과학자들은 영구 동토층 내 저장된 탄소량이 약 1조 6000억 t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 대기 중에 존재하는 탄소량의 두배에 가까운 양이다.

 

올해 초에는 콜로라도 대학 볼더 캠퍼스 연구진이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모든 유형의 기후 모델에 영구동토층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현재 기후 모델로 대기 중 탄소의 양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지구 온난화 정도를 파악하는 일은 영구동토층 속에 있는 탄소의 양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연구진은 지적했다. 결국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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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급격히 따듯해지면 생태계는 급격한 변화 속에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는 인간을 포함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깊이 깨닫게 된 지금, 지구 온난화가 불러 일으킬 빙하, 영구 동토층의 해빙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고민해야 할 때다.





<더 소우>

 감독 마크 A. 루이스  출연 마사 맥아이작, 아론 애쉬모어 개봉 2009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더 소우>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E. 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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