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섭
20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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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 결성. 이들은 좌충우돌 어렵게 훈련을 마치고 조금씩 스키 점프에 적응해 간다. 비인기 스포츠의 서러움을 딛고 결국 그들의 마음은 ‘감동’을 넘어 울컥하며 눈물까지 쏟아내게 만든다. 실제 스토리이기에 더욱 감동을 전해준 영화 ‘국가대표.’ 아쉽게도 ‘형만 한 아우 없다’고 국가대표 2는 망하고 말았지만 영화 국가대표가 전해준 감동은 꽤 강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스키와 거리가 멀었지만 국가대표를 본 뒤 점프는 못하더라도 활강을 해보겠다며 스키장을 찾은 기억이 난다. 물론, 초보 코스에서 수십, 아니 수백 바퀴 구른 뒤에야 다시는 ‘운동 신경’ 좋다는 이야기를 안하고 다닌다.




영화 <국가대표> 속 과학




겨울철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스키. 영화 국가대표에서는 선수들의 자세를 하나 하나 살피며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키 점프에는 상당히 많은 ‘과학’이 숨어있다. 수백 km의 속도를 이겨내는 담력과, 거친 바람을 견뎌야 하는 체력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멀리 날기 위한 공식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스키연맹이 지난 2006년 스키 점프를 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논문을 보면 알 수 있다. 분석에 따르면 비행 자세에서 메달의 색이 결정된다. 비행 시 스키와 지면의 각도는 30도 이내, 발과 스키의 각도는 20도, 엉덩이 각도는 160도가 이상적이라고 한다. 스키의 각도는 11자 보다는 V자가 이상적이다. 스키를 V자로 놓아야 저항을 적게 받을뿐 아니라 공중에 몸을 띄우는 ‘양력’이 약 10% 정도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985년 스웨덴의 국가대표 ‘얀 브클레보’가 처음으로 대회 때 V자 자세를 취한 뒤 기존 기록보다 10m 이상 날았다. 이후 스키 점프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은 발을 V자로 만든다(마치 높이뛰기 종목에서 선수들이 ‘배면뛰기’를 선택한 것과 같다). 분석 결과 V자를 만들 경우 양력이 커지는 이유는 공기와의 저항이 발을 11자로 했을 때 보다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키점프와 관련된 연구는 상당히 진행됐지만, 일반 스키 종목의 경우 연구가 더뎠다. 스키 종목은 두 가지 힘을 견뎌내야 한다. 바로 공기 저항과 스키와 바닥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이다. 최근 일본 쓰쿠바대 연구진이 시속 140km의 빠른 속도로 활강할 때 신체 각 부위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속도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스키 선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풍동 실험(바람이 부는 곳에 선수를 세워놓고 저항을 측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선수의 자세를 바꿔가며 공기 저항을 측정해 최적의 자세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한계가 있었다. 목의 각도는 얼마인지, 팔꿈치, 종아리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 세분화해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격자볼츠만법’을 활용했다. 격자볼츠만법이란 유체(기체나 액체)의 흐름을 알기 위해 유체를 맞는(스키로 치면 선수) 물체를 세분화해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기존 연구가 갖고 있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분석 결과는 흥미로웠다. 활강 자세 시(몸을 웅크리는) 공기와 가장 많이 접하는 부분은 몸통으로 보이지만 실제 가장 많은 공기 저항이 발생한 곳은 종아리였다. 종아리 사이로 공기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종아리 뒤쪽에서 공기의 흐름을 막는 ‘소용돌이(와류)’가 생성됐기 때문이다. 초속 40m로 빠르게 내려가는 스키 선수의 종아리 뒤쪽에서는 초속 10~20m로 공기의 흐름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엉덩이 뒷부분에서도 공기의 흐름은 초속 10m 이하로 빠르게 떨어졌다. 


이 부분에서 나타나는 공기 속도의 저하를 줄여야만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키 종목에서 유리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활강 시 위로 떠오르는 힘인 양력 측정에도 성공했다. 스키 점프 종목에서는 양력이 클수록 유리하지만, 활강 경기에서는 양력을 최소화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분석 결과 초속 40m로 활강할 때 팔과 허벅지 부근에서 위로 떠오르는 힘이 측정됐다. 팔과 허벅지 자세 조절을 통해 양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스키 선수들이 활강을 할 때 받는 공기 저항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스키 선수가 초속 40m의 속도로 움직일 때 공기 저항은 185N(뉴턴)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18.5kg의 힘으로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 힘은 더욱 커진다. 스키 비전문가인 기자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 전문가들에게 문의해 보니 일반인들 역시 활강을 할 때 자세를 움직이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연구진은 공기 저항으로 마찰력이 크게 발생하는 부위가 종아리(약 50%), 양팔(약 15%), 머리(약 12%), 허벅지(약 9%) 순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종아리 자세 변경을 통해 속도를 상당히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어떻게’해야 종아리에서 발생하는 저항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피했다(아마도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스포츠는 인간의 노력만을 대변하지 않는다. 많은 연구와 투자가 선수들의 능력을 보다 뛰어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문득,1990년대가 떠오른다.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체력 훈련을 위해 한라산에 올랐다. 무조건 힘든 곳을 오르는 것이 체력을 기르는 ‘첨병’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대회를 앞둔 선수들에게 “빨리 한라산을 오르라!”고 하면 능력 없는 감독으로 꼽힌다(히딩크 감독 시절, 우리 대표팀의 체력은 최고였지만 동네 뒷산조차 오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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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의 올림픽 순위가 높은 것도 이를 방증한다. 어쩔 수 없다. 과학이 갖고 있는 실험 정신과 합리성, 논리로 중무장한 논문은 선수들의 한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제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저 선수 잘하네”라는 말 보다는 “저 팀의 선수 관리 능력이 뛰어나네”라는말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지 모른다. 인간미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국가대표>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최재환 등 개봉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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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국가대표> (수입 및 배급:(주)쇼박스)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E. 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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