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열정

원호섭
2020-01-22
조회수 4021

이번엔 해왕성이다. 우주에 살고 있을지 모를 지적 생명체를 찾는 ‘리마 프로젝트’를 위해 해왕성으로 떠난 인류가 있다. 하지만 사고와 함께 이들의 흔적은 사라졌다. 리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자의 아들도 아빠를 따라 우주비행사로 자랐다. 아들은 아빠를 영웅이라 생각했다. 이 우주비행사는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 어느날 이 우주 비행사는 우주에서 강력한 전류가 날아오는 이상 현상(서지현상)으로 우주 엘리베이터에서 지구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물론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해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서지현상은 자신의 아버지가 우주에서 벌인 실험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류는 서지현상을 막아 달라며 이 우주비행사를 달, 화성을 거쳐 해왕성으로 보낸다.

미국의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의 인생 최고작으로 불리는 영화 ‘애드 아스트라’의 줄거리다. 브래드 피트의 첫 공상과학 영화로도 주목을 받은 이 영화에서는 장면 하나 하나에서 ‘과학’이 넘쳐난다. 애드 아스트라 속 우주여행, 과연 과학으로는 어떻게 설명할까.


영화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우주 엘리베이터는 너무 오래전부터 나와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얘기다. 옛 소련의 과학자 치올코프스키가 1895년에 처음 제안했다고 알려진 우주 엘리베이터는 놀랍게도 현재 해당 연구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일본 연구진은 작은 위성 두 개를 우주 공간에 발사한 뒤 두 위성을 줄로 잇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른바 우주 엘리베이터 실험이다. 하지만 불과 10m 공간을 가로 세로 3, 6cm의 미니 엘리베이터를 이동시켜보는 실험이었기 때문에 지상에서 우주로 연결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 엘리베이터와 비교하면 상당히 초라한 수준이었다. 


아직 우주 엘리베이터가 실현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지구의 중력과 혹독한 우주 환경, 즉 영하 수십에서 수백도의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재료가 마땅치 않다.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를 쓰면 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100km 이상 만들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이렇게 기다란 탄소나노튜브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혹독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학계에서는 우주 엘리베이터 실현을 위해서는 30~50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현재 인류가 추진 중인 우주 개발의 미래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브래드 피트는 해왕성을 가기 위해 먼저 달에 들른다. 달을 거치면 화성까지는 단 이틀, 해왕성까지 70여일 만에 갈 수 있다. 지구에서 바로 출발해도 되는데 굳이 달을 들리는 이유는 그래야만 먼 우주까지, 더 빠르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지구의 중력과 대기 때문. 지구에는 중력과 대기가 있어서 우주 발사체가 우주로 향할 때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행성 탐사선들이 지구에서 발사됐는데 대부분 연료의 90% 이상을 지구 대기권을 탈출하는데 사용했다.


달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불과할 뿐 아니라 대기가 없다. 달에서 출발하면 지구에서 우주를 향할 때와 달리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갈 수 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화성까지 이틀만에 갈 수는 없다). 현재 많은 우주 개발 선진국과 발사체 기업들이 앞다퉈 달에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달을 거친다면 제2의 지구로 불리는 화성까지 더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 하더라도 3~6개월 정도 걸린다).


달에 존재하는 ‘약탈자’들도 일리 있는 설정이다. 과학 기술계에서는 달의 땅 밑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할 뿐 아니라 반도체의 핵심 원소 중 하나인 희토류도 상당한 양이 매장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구현되지 않았지만 만약 핵융합 발전이 현실화된다면, 핵융합 발전의 원소인 헬륨-3도 달에는 상당히 많이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달에는 인류에게 유용한 자원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만약 정말 달에 정거장을 짓게 되고 자원을 캘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달에 있는 자원을 둘러싼 여러 나라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내용을 미리 말할 수 없지만, 브래드 피트의 아버지가 수행했던 지적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과연 이 우주에는 인간 외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까. 최근 기술 발달로 우리 은하는 아니지만, 우주 곳곳에 지구와 같이 태양으로부터 적당히 떨어져 있고 중력도 적당한 행성이 상당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 물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이 같은 행성까지 가는데는 무려 빛의 속도로 4광년이 걸린다. 인류가 많은 가장 빠른 로켓을 타고 간다고 해도 약 5만년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우주에는 지구 외에 어떤 행성에서도 생명체가 발견된 적은 없다. 광활한 우주에 인간 밖에 없다는 게 믿기지는 않는다. 어딘가에는 인류처럼 또다른 생명체를 찾는 지적인 존재가 있지는 않을까. 하늘 저 어딘가에 반짝이는 별 근처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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