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섭
2017-01-05
조회수 715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원전은 흔들렸고 정지됐다. 가동이 멈췄다고 원자로까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열이 발생하는 원자로를 식혀주기 위해 냉각수를 끊임없이 넣어줘야 한다. 지진이 문제였다. 지진으로 냉각수 공급이 끊겼다. 원자로는 계속 뜨거워졌고 결국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다. 핵 연료봉이 녹았고, 이때 발생한 수소 가스가 격납 용기 안에 쌓이기 시작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2011년 3월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자로에 접근해서 냉각수를 뿌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공포, 방사능이 누출됐기 때문이다.2016년 12월 개봉한 영화 ‘판도라’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를 다루고 있다. 영화지만 이는 이미 현실에서도 일어난 일이다.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이 그것이다. 일본과 똑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를 제대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원자력은 무섭다. 하지만 잘 쓰면 약이 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질을 쪼개고 쪼개면 양성자와 중성자로 된 원자핵, 그 원자핵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태양을 사이에 두고 지구가 공전하고 있는 모양새와 같다. 원자력 발전은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서 쪼개지는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다. 원자핵이 분열하면 에너지와 함께 중성자가 발생한다. 이 중성자가 옆에 있는 또 다른 원자핵과 부딪치면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물을 끓인 뒤 나타나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얻는 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소다. 원자력 발전소가 갖고 있는 장점은 다른 에너지 발전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 1g이 발생시키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 석탄 3t으로 만들 수 있는 에너지의 양과 같다. 우라늄 양이 풍부하기 때문에 값싸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꼭 값싸다고 할 수만은 없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나 X선 등에서 검출되는 방사선은 공포의 대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에 인체가 노출되면 DNA 파괴가 일어나거나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구토나 어지러움증은 물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영화 X맨의 돌연변이를 유발한 것도 방사선이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엑스레이나 CT 촬영 횟수에 제한을 둔다. 실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시 방사능에 누출되어 사망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잘만 쓰면 원자력은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준다. 1988년부터 캐나다원자력공사(AECL) 연구원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골프공을 ‘전자빔 가속기’에 넣었다 빼면 비거리가 10%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1992년 AECL이 3명의 프로골프 선수에게 방사선을 쪼인 골프공 12개와 일반 골프공 12개를 무작위로 주고 드라이브를 치도록 한 결과 방사선을 쪼인 공이 10% 이상 비거리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AECL은 당시 전자 빔 가속기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은 골프공 내부의 분자구조를 바꿔 골프공의 탄성력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방사선은 이 밖에도 전선 피복, 타이어, 항공기용 경량 고강도 재료 등에 활용되고 있다. 전선 피복에 전자빔을 쪼이면 내열 특성이 향상된다. 방사선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물질 구조를 바꿔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최근에는 생활하수에서 발견되는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 미생물도 방사선을 이용하면 제거할 수 있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사람이 항생제를 먹으면 대부분의 약물은 배출돼 생활하수로 흘러간다. 병원에서 나오는 하수에도 항생제를 비롯한 의약물질과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DNA를 보유한 미생물이 상당히 함유돼 있다. 기존 하수 처리 장치로는 이 같은 항생제나 특정한 미생물을 걸러 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하천에 이런 미생물과 DNA가 쌓이면 환경오염은 심해지는데 이를 방사선을 활용하면 파괴할 수 있다.


아무리 좋게 쓴다고 해도 무서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를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는 핵융합이 꼽힌다. 핵분열과 반대의 과정으로 발생하는 반응인 핵융합이 쏟아내는 에너지 역시 기존 연료와 비교되지 않는다. 핵융합 연료 1g은 석유 8000리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핵융합로 안에서 삼중수소로 변환)으로 한 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처럼 냉각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해안가에 지을 필요가 없으며 방사성 누출로 인한 위험도 작다. 핵융합 발전을 상용화하려면 태양 표면 온도와 같은 1억도 이상의 고온을 만들어야 한다. 1억도 고온에서 물질은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핵융합 발전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핵융합의 원료가 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넣어줄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이때 핵융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열 에너지로 물을 끓인 뒤 터빈을 돌리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현재 전 세계 과학자들은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후원 아래 추진되는‘ITER(국제핵융합실험로)’은 대표적인 협력 프로젝트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7개 국가가 참여하는 ITER은 현재 핵융합 실험로를 짓고 있다. ITER이 성공하더라도 실증로를 짓는 것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에 참여 국가들은 이 목표를 먼저 달성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

핵융합의 현실화는 앞으로 50년 정도 뒤의 일일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가 나이가 한참 들었을 때쯤 핵융합으로 만든 전기로 TV를 보고 스마트폰을 충전할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을 학생들도 한참 나이가 든 뒤의 일일지 모른다. 한 가지 팁을 주겠다. 핵융합을 공부하고, 관련 연구를 하시라. 은퇴할 때까지 연구할 거리가 무궁무진할 것이다. 






<판도라>

감독 박정우 출연 김남길 김주현 정진영 김영애 문정희 개봉 2016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판도라> (수입 및 배급:(주)NEW)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E. wonc@mk.co.kr   


#영화 #영화속과학 #과학영화 #판도라 #핵융합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망직업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