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암수살인’이 개봉했다. 단순 실종이나 스스로 행적을 감추었다고 판단되어 살인사건이 알려지지도 못한 상황을 우리는 암수살인이라고 부른다. 영화 속에서는 살인범이 형사에게 추가 살인 자백을 하고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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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 속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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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미국의 인기 드라마 ‘CSI’가 떠오른다. 현장에 남은 작은 단서 하나로도 범인이 누군지 파악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완전범죄란 앞으로 사라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범죄가 CSI처럼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제 사건은 넘쳐나고 범인이 현장에 남긴 단서가 있다 하더라도 100% 누군지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과학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최근 DNA 분석 기술을 이용해 40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을 해결한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범인 찾는 과정을 보면 영화보다 더욱 영화스럽다.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60여건에 달하는 강간과 살인이 발생했다. 범인은 단 한 명이었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 DNA를 남겼지만 미국이 갖고 있는 범죄 데이터 베이스 안에 일치하는 DNA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FBI는 지난해 4월, 진범 ‘조지프 드앤절로’를 검거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42년 만의 일이었다.
수십 년 간 묻혀 있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 단서는 온라인에 떠다니는 일반인의 DNA 데이터 베이스였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고 값이 싸지면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혹은 질병을 예측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GED매치’라는 온라인 사이트에 올렸다. 미국 FBI는 이곳에서 살인마의 DNA와 비슷한 유전자를 발견했다. 먼 친척일 확률이 높은 사람의 DNA를 찾아낸 뒤 이를 토대로 진범을 잡는데 성공했다.

최근 ‘마이헤리티지(MyHeritage)’ GED매치 등 공개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가 증가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8촌 이내 친척이 인터넷에 DNA를 업로드 했을 가능성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FBI는 범인이 남긴 신원 미상의 DNA 샘플과 연령 정보만 가지고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128만명의 DNA정보가 업로드된 마이헤리티지에서 용의자 후보를 20명으로 추렸다.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DNA 연구 결과 수사기관에 등록된 유전자에서 세 번 중 한 번 꼴로 그 사람의 가까운 친척, 부모, 형제자매, 자녀 등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DNA메틸화’를 분석해 DNA를 남긴 사람이 비만인지, 담배를 피는지 등을 알아내는 기술도 개발 되고 있다. DNA도 조금씩 변한다. DNA를 구성하고 있는 서열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담배를 피거나 비만인 사람들의 DNA에서는 ‘메틸기’라는 것이 붙어서 발현을 억제하거나 혹은 과발현을 일으킨다. 메틸기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범인의 생활 습관 등도 알아낼 수 있다.
암수살인 영화에서는 수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오래된 시체에서 DNA를 채취하는 모습도 나온다. 이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6.25전쟁 전사자 확인에 DNA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십 만 년 전 살았던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 이를 분석하는 기술도 완성되고 있다. 간혹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사피엔스의 DNA를 분석했다, 라는 연구결과가 보도되기도 하는데 과거에는 오래된 화석에서 DNA를 얻을 수는 있었지만 완벽하게 분석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수만 년 전의 화석에서 얻은 미량의 DNA를 증폭시키는 기술도 완성도가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간혹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DNA,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유전자가 ‘나’를 나타내듯이, 특별한 공부 유전자, 운동 유전자 등이 있으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단일 유전자로 인해 발병하는 질병은 전체 유전병 중 약 0.2%에 불과하다. 나머지 수많은 질병은 적어도 두 개 혹은 수십 개 유전자가 서로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물론 유전자 상호작용 외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IQ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형질이나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수십~수백 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DNA는 나를 알려주지만, 능력을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다. 성적이 안 좋다고 해서 “난 공부 유전자가 없나봐”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암수살인>
감독 김태균 출연 김윤석, 주지훈 등 개봉 2018.10.03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영화속과학 #암수살인 #DNA #유전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암수살인’이 개봉했다. 단순 실종이나 스스로 행적을 감추었다고 판단되어 살인사건이 알려지지도 못한 상황을 우리는 암수살인이라고 부른다. 영화 속에서는 살인범이 형사에게 추가 살인 자백을 하고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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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 속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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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미국의 인기 드라마 ‘CSI’가 떠오른다. 현장에 남은 작은 단서 하나로도 범인이 누군지 파악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완전범죄란 앞으로 사라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범죄가 CSI처럼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제 사건은 넘쳐나고 범인이 현장에 남긴 단서가 있다 하더라도 100% 누군지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과학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최근 DNA 분석 기술을 이용해 40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을 해결한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범인 찾는 과정을 보면 영화보다 더욱 영화스럽다.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60여건에 달하는 강간과 살인이 발생했다. 범인은 단 한 명이었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 DNA를 남겼지만 미국이 갖고 있는 범죄 데이터 베이스 안에 일치하는 DNA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FBI는 지난해 4월, 진범 ‘조지프 드앤절로’를 검거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42년 만의 일이었다.
수십 년 간 묻혀 있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 단서는 온라인에 떠다니는 일반인의 DNA 데이터 베이스였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고 값이 싸지면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혹은 질병을 예측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GED매치’라는 온라인 사이트에 올렸다. 미국 FBI는 이곳에서 살인마의 DNA와 비슷한 유전자를 발견했다. 먼 친척일 확률이 높은 사람의 DNA를 찾아낸 뒤 이를 토대로 진범을 잡는데 성공했다.
최근 ‘마이헤리티지(MyHeritage)’ GED매치 등 공개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가 증가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8촌 이내 친척이 인터넷에 DNA를 업로드 했을 가능성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FBI는 범인이 남긴 신원 미상의 DNA 샘플과 연령 정보만 가지고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128만명의 DNA정보가 업로드된 마이헤리티지에서 용의자 후보를 20명으로 추렸다.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DNA 연구 결과 수사기관에 등록된 유전자에서 세 번 중 한 번 꼴로 그 사람의 가까운 친척, 부모, 형제자매, 자녀 등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DNA메틸화’를 분석해 DNA를 남긴 사람이 비만인지, 담배를 피는지 등을 알아내는 기술도 개발 되고 있다. DNA도 조금씩 변한다. DNA를 구성하고 있는 서열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담배를 피거나 비만인 사람들의 DNA에서는 ‘메틸기’라는 것이 붙어서 발현을 억제하거나 혹은 과발현을 일으킨다. 메틸기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범인의 생활 습관 등도 알아낼 수 있다.
암수살인 영화에서는 수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오래된 시체에서 DNA를 채취하는 모습도 나온다. 이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6.25전쟁 전사자 확인에 DNA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십 만 년 전 살았던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 이를 분석하는 기술도 완성되고 있다. 간혹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사피엔스의 DNA를 분석했다, 라는 연구결과가 보도되기도 하는데 과거에는 오래된 화석에서 DNA를 얻을 수는 있었지만 완벽하게 분석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수만 년 전의 화석에서 얻은 미량의 DNA를 증폭시키는 기술도 완성도가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간혹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DNA,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유전자가 ‘나’를 나타내듯이, 특별한 공부 유전자, 운동 유전자 등이 있으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단일 유전자로 인해 발병하는 질병은 전체 유전병 중 약 0.2%에 불과하다. 나머지 수많은 질병은 적어도 두 개 혹은 수십 개 유전자가 서로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물론 유전자 상호작용 외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IQ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형질이나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수십~수백 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DNA는 나를 알려주지만, 능력을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다. 성적이 안 좋다고 해서 “난 공부 유전자가 없나봐”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암수살인>
감독 김태균 출연 김윤석, 주지훈 등 개봉 2018.10.03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영화속과학 #암수살인 #DNA #유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