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는 블랙홀을 어떻게 관측했을까?

2020-11-02
조회수 217

2020년 10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명예는 '로저 펜로즈' 교수와 '라인하르트 겐첼' 교수, 그리고 '안드레아 게즈' 교수가 차지하였다. 이들 모두가 같은 연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공동 수상한 데에는 하나의 주제가 중심에 있다. 그것은 바로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공상 과학 소재로 자주 사용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개념이지만, 실제로 블랙홀이 존재함을 입증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름 그대로 빛을 내뿜지 않고, 반사하지도 않아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지의 존재를 뛰어난 물리학자 세 명이 이론과 실험 두 영역에서 입증해냈다. 블랙홀은 왜 눈에 보이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어떻게 발견한 것인지 알아 보도록 하자.




광활한 우주, 그리고 블랙홀




# 블랙홀이란?

블랙홀(Black Hole)이란 이름을 직역하면 '검은 구멍'이다. 이는 블랙홀의 성질을 아주 잘 반영하고 있으므로 잘 지은 이름이라 할 만 하다. 다만, 블랙홀의 실체는 구멍이 아니라 끝없이 압축된 천체이다. 블랙홀은 본래 밝게 빛나는 별이다. 빛나는 별이 어떻게 검고 작은 블랙홀이 될 수 있는 걸까? 


별은 대부분 막대한 질량을 지니고 있다. 거대한 질량이 별처럼 한군데에 뭉쳐 있다면 자신의 중력에 의해 점점 수축할 것이나, 별을 빛나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가 별이 수축하려는 힘을 막고 있기 때문에 별이 동그란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수명이 있듯이 별에도 수명이 있어, 별을 빛나게 하는 에너지는 점점 약해진다. 


이 에너지가 별이 수축하는 중력을 이기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이때부터 별은 점차 수축을 시작하고, 별을 이루는 원자마저도 작게 압축이 되며 결국 블랙홀이 된다. 이렇게 형성된 블랙홀은 작고 검지만, 중력이 엄청나게 강하여 주변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무서운 천체가 된다.




# 블랙홀이 검은 이유

블랙홀의 존재는 19세기부터 예견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블랙홀의 존재가 증명 되지 않았던 이유는 블랙홀이 단순히 검은 물체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볼 수 없는’ 물체이기 때문이다. 팽팽하게 펼쳐진 고무막 위에 작고 무거운 쇠공을 올려 놓는다고 생각해 보자. 쇠공이 올라간 부분이 움푹 꺼지고 쇠공 주변의 고무막이 휠 것이다. 이때 쇠공 주변의 고무막에 작은 공을 하나 던져 놓으면 이 공은 몇 바퀴 빙글 빙글 돌다가 쇠공의 위치로 떨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작지만 아주 큰 질량을 가진 블랙홀은 주변의 공간을 휘게 만든다. 그런데 블랙홀은 공간을 너무 많이 휘게 만들어 주변의 모든 물체를 집어 삼킬 뿐만 아니라, 빛마저도 휘게 만들어 빛이 빠져나갈 수 없게 한다. 우리가 물체를 보기 위해서는 물체가 만드는 빛이나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블랙홀은 어떠한 빛도 내보내지 않으므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물체의 중력에 의해 휘는 공간  <출처: 유럽우주국(ESA)>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은 20세기까지도 논란이 되었는데, 블랙홀 내부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현상들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블랙홀의 중심은 밀도가 무한대이며, 그 곳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뒤엉켜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아 예측이 불가능 하다. 그러나 로저 펜로즈 교수는 이 괴상한 블랙홀의 존재가 가능함을 수학적으로 증명함으로써 논란을 잠재웠다.



# 블랙홀의 관측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은 어떻게 블랙홀을 발견한 것일까? 얼마 전 까지 블랙홀의 직접적인 관측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블랙홀로 인해 받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관측하고자 노력해왔다. 밤하늘의 천체들을 오랜 시간 관측함으로써 블랙홀의 존재를 암시하는 간접적인 증거를 몇 가지 찾았으나,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하기엔 부족했다. 그러나 2018년과 2019년, 블랙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두 번의 관측 결과가 발표된다.


1. 빈 공간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별

여러 은하들이 지금의 구조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거대한 천체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천체가 관측된 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은하의 중심에는 아주 거대한 블랙홀(초거대 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러던 중 2018년, 라인하르트 겐첼 교수와 안드레아 게즈 교수의 연구가 발표된다. 이들은 우리 은하 중심의 별들을 약 26년간 추적하여 움직임을 분석하였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듯이, 천체가 공전할 때는 그보다 훨씬 큰 다른 천체를 중심으로 공전한다. 그러나 이들이 관측한 우리 은하 중심의 별들은 모두 하나의 빈 공간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었다. 원래는 태양의 400만 배에 달하는 질량의 천체가 있어야 할 곳이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이는 별들이 공전하는 중심에 보이지 않는 아주 무거운 천체, 즉, 블랙홀이 있음을 의미한다.


빈 공간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우리 은하의 별들 <출처: UCLA Galactic Center Group> 



2. 블랙홀의 그림자 관측

2019년 4월 10일, 드디어 블랙홀의 직접적 관측에 성공하였다. 블랙홀 자체는 관측할 수 없지만 블랙홀의 ‘그림자’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촬영한 블랙홀은 전 세계의 전파 망원경 8개를 연결하여 얻어낸 것으로,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이며 태양 질량의 약 65억 배라고 한다. 밝은 빛이 검은 구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인데, 검은 구체의 중심에 블랙홀이 위치한 것이다. 


검은 구체 주변의 밝은 빛은 블랙홀의 ‘강착원반’으로,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물질들이 매우 빠르게 회전하면서 서로 충돌하여 방출하는 빛이 보이는 것이다. 이 관측은 블랙홀의 완벽한 증거로 받아 들여진다.


이 사진이 발표됨으로써 블랙홀의 존재가 확인되었고, 이에 따라 블랙홀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로저 펜로즈 교수와 우리 은하 초거대 블랙홀의 강력한 실험적 증거를 제시한 라인하르트 겐첼 교수, 안드레아 게즈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되었다.


최초로 촬영에 성공한 블랙홀의 그림자 <출처:EHT(Event Horizon Telescope)>



# 블랙홀 관측의 의의

블랙홀 관측의 중요한 의의는 수없이 의심하며 발전시켜온 현대 물리학이 올바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블랙홀은 빛마저 집어 삼켜서 볼 수 없는 천체일뿐더러, 내부는 무한대의 밀도에 뒤엉킨 시간과 공간 때문에 예측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블랙홀에 비하면 먼지와도 같은 이 작은 지구 위의 인류는 블랙홀을 발견하기도 이전에 존재를 예견하였고, 그 모습마저도 흡사하게 예측했다. 이는 물리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는 우주의 다른 물질들에도 신빙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위에서 본 블랙홀 시뮬레이션 <출처: 미국 항공 우주국(NASA)>


앞에서 본 블랙홀 시뮬레이션 <출처: 미국 항공 우주국(NASA)> 




#

광활한 우주에는 블랙홀 말고도 우리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고, 심지어는 설명할 수조차 없는 미지의 존재들이 수없이 펼쳐져 있다. 지구의 자원은 언젠가 고갈될 것이고, 인류는 스스로의 보존과 번성을 위해 결국 우주로 나아갈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주에 꼭꼭 숨어 있는 비밀들을 정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글쓴이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과학팀 이수양 연구원


#융합상식 #초등과학 #노벨물리학상 #현대물리학 #블랙홀 #블랙홀관측 #우주의신비   










0 0

오늘의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