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이 수에즈 운하를 뚫어버렸다?!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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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3일.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가 거대한 배에 의해 가로 막혔다. 운하를 지나던 '에버기븐호(Ever Given)'가 좌초된 것이다. 에버기븐호는 길이 400 m, 폭 59 m, 무게 22만 t의 초대형 선박이다. 에버기븐호는 좌초된 지 약 일주일 만인 29일 인양됐으며, 이후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수백 대의 선박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피해는 추정이 어려울 정도이다.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호 출처: MAXAR TECHNOLOGIES, REUTERS>




 좌초된 에버기븐호는 어떻게 수에즈 운하를 빠져 나올 수 있었을까?



 

# 수에즈 운하?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에 건설된 세계 최대의 운하로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연결하는 인공 수로이다. 길이는 190 km에 달하며,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한다. 연평균 18,000여 척, 하루 50여 척이 이 운하를 통과한다. 


수에즈 운하는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인공 수로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선박들이 바다가 아닌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에서 유럽을 향할 때 아프리카 대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갈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지 않고 아시아에서 유럽을 가려면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따라 운항해야 하는데, 이 경우 항로가 약 9,650 km 길어지고 항해 일수도 7-10일 가량 길어진다.

<아시아-유럽 항로> 



# 거듭된 인양 시도와 실패 이유

에버기븐호가 좌초된 직후,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예인선 여러 대가 투입되었다. 그러고는 선체를 띄우기 위해 거듭 시도했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온라인에서는 작은 굴착기 한 대가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포착된 사진이 화제 되기도 하였다.


전문가들은 사고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강풍이 불고, 선박의 규모가 무척 거대하기 때문에 선체를 띄우고 인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 자연 현상을 기회로 삼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에버기븐호는 좌초된 지 일주일 만에 인양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거대한 선박을 인양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많은 전문가와 현장 인력들의 노력과 함께, 자연 현상을 기회로 삼은 것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바로 ‘조석’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조석이란, 밀물과 썰물에 의해서 해수면이 하루에 2회 주기적으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태양과 지구, 달 사이의 인력과 원심력으로 인해 발생한다. 밀물로 인해 해수면의 높이가 가장 높아졌을 때를 '만조', 썰물로 인해 해수면의 높이가 가장 낮아졌을 때를 '간조'라고 한다. 또한 만조와 간조 때의 해수면 높이 차를 '조차'라고 하는데,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위치하면 조차가 가장 큰 '사리(대조)'이고, 태양과 지구,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직각을 이루면 조차가 가장 작은 '조금(소조)'이다. 마침 다가오던 3월 28일이 바로 사리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전문가와 현장 인력들은 이번 사리를 기회로 삼기로 하였다. 해수면의 높이가 가장 높아졌을 때를 이용하면 선체를 띄우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석 현상(사리)>



특히, 이번 사리에는 슈퍼문이 예고되어 있었다. 달은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공전한다. 따라서 공전하는 위치에 따라 달과 지구의 거리가 달라진다.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다가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접근했을 때 뜨는 보름달을 '슈퍼문'이라 하는데, 거리가 가까운 만큼 인력이 강하여 평소의 만조 보다도 해수면의 높이가 높아진다. 이러한 슈퍼문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에버기븐호의 좌초가 더욱 길어질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근처의 모래와 자갈을 덜어내는 등의 준비를 계속했고, 29일 새벽 본격적으로 선체를 인양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서서히 선체의 앞 부분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선체 전체를 띄우고 인양하는 데 성공하였다.




# 사고 원인의 규명

아직 에버기븐호의 구체적인 좌초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정확한 원인 파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한 바람으로 균형을 잡다가 좌초됐다는 선박 기술 관리 회사의 주장과 기계 결함 또는 사람의 실수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수에즈 운하 관리청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피해를 일으키고 이목을 끌었던 사건인 만큼,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 글쓴이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과학팀 김현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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