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폭발, 현실 가능성은?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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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화산 폭발을 다룬 영화 ‘백두산’이 개봉했다. 영화의 큰 줄기는 간단하다. 갑자기 백두산의 화산이 폭발한다. 한반도 전체를 집어 삼킬만한 추가 폭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남한에서 북한으로 비밀요원과 과학자를 보낸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남북간의 갈등과 폭발을 앞둔 긴박한 일을 다룬다. 백두산은, 언론에서 자주 나왔듯이 언제 폭발해도 이상한 산이 아니다.


기자처럼 30대 중후반의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과거 교과서에서는, 백두산을 ‘사화산’, 즉 더 이상 폭발을 하지 않는 죽은 화산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지금 학생들은 어떻게 배우는지 모르겠는데 학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더 이상 백두산을 가리켜 사화산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휴화산이나 활화산 정도로 표현한다고 한다.


백두산이 언론과 학계의 관심을 다시 받았던 것은 지난 2002년 6월이었다. 백두산 땅속 500~600km 부근에서 규모 7.3의 큰 지진이 발생한다. 이후 약 4년 동안 백두산에서는 마그마가 팽창하면서 주변 암석이 약해졌을 때 발생한다는 화산 지진이 수백 차례나 이어졌다. 한 달에 무려 250회의 작은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땅 속에 있는 헬륨가스의 양도 10배 이상이나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 같은 현상은 화산 폭발 위험이 높다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2011년께 북한 과학자들은 서양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영국의 지질 학자들이 분석 장비와 함께 북한을 방문하게 되고, 북한 과학자들과 함께 백두산 마그마를 연구했다. 북한과 영국 공동 연구진은 함께 연구한 결과를 2016년 발표하게 된다. 당시 연구에 따르면 백두산 천지에서 반경 60km 이내에 지진계를 설치해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백두산 아래 5~10km 인근에 1,256km2 면적의 마그마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2013년 8월 이후 백두산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의 P파와 S파를 분석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땅이 흔들리는데 이 진동은 크게 P파와 S파로 나뉜다. 속도가 빠른 P파는 세로로 움직이고 S파는 가로로 움직이는데 S파는 액체를 만나면 속도가 느려진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의 P파와 S파의 비율을 구하면 땅속이 어떤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백두산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P파/S파 값은 약 1.75가 나왔다. 하지만 백두산 천지 인근 20km 지역의 P파/S파 값은 2.0으로 높게 나타났다. S파 값이 작아진 것이다. S파 값이 작아진 것은 백두산 천지 20km 인근에 액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조금 뒤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도 더 전인 946년. 백두산 화산이 폭발했을 때 방출된 황의 양이 1815년 일어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보다 규모가 컸다는 내용이었다. 1815년 발생한 탐보라 화산 폭발로 발생한 화산재는 상공 500km까지 뿜어져 나간 뒤 반경 600km 지역을 3일 동안 캄캄한 밤으로 만들었다. 폭발 소리는 2500km 밖에서도 들렸을 정도였다. 화산 폭발로 하늘을 뒤덮은 화산재는 햇빛이 지면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 지구의 기온을 떨어트린다. 이 화산 폭발로 약 8만여 명이 사망했으며 지구의 평균 기온이 약 1도 하락했다고 한다. 이듬해 여름이 오지 않아 미국과 유럽 지역 곡물 생산이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백두산 폭발은 이보다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연구진은 백두산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암석 속에 포함되어 있는 가스의 양을 분석한 결과 폭발로 인해 공기 중으로 방출된 황의 양은 약 4500만t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알려졌던 황의 양보다 약 22배 이상 많은 수준이며 탐보라 화산 폭발 당시 발생한 황의 양보다 많다.

과거 부산대 연구진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이 큰 규모로(8단계 중 7단계) 폭발할 경우 폭발 8시간 뒤부터는 강원도를 시작으로 화산재가 유입돼 48시간 후에는 전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한반도 전역이 화산재에 휩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원도와 경북에는 화산재가 최고 10.3㎝까지 쌓이면서 재산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지진과 화산재를 포함한 직간접적인 피해 규모는 총 11조 1895억원으로 추산됐다.


화산 폭발은 인류가 막으려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재난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백두산이 현재 안정한 상태라는 것. 하지만 1000년에 한번 꼴로 폭발이 일어나는 것으로 계산된 만큼 마지막 폭발 뒤 1000년이 지난 지금,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영화와 같은 재난은 아직 일어나선 안 된다.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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