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와 과학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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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 지나고,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도 지났다.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이 지나, 곧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짧은 동지를 맞이하게 된다. 일 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과 대한은 한겨울의 추위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24절기에 맞춰 날씨나 기온이 달라지는 걸 느낄 때면 우리의 선조들은 어떻게 이러한 기준을 생각해 냈을지 궁금해진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선조들은 24절기를 사용해왔다. 1년을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로 나누고, 각 계절에 6개씩 절기를 나누어 각 절기에 맞춰 씨를 뿌리고, 모내기하고, 추수하고, 김장을 했다. 이렇듯 24절기는 농경 사회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지표였다. ‘24절기’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24절기는 태음력? 태양력?

아주 오래 전 선조들은 달을 바라보며 농사를 지었다. 날짜를 헤아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눈에 보이는 자연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농사꾼들은 초승달, 그믐달이 보름달로 바뀌는 것을 보며 날을 짐작하고 밭을 일궜다.

하지만 달의 공전 주기는 평균 29.5일로 달이 지구를 12번 돌았을 때 354일이 지나는데, 이는 1년인 365일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달의 모양을 기준으로 한 달을 정한 태음력은 실제 계절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날짜는 달을 보고 파악하지만, 농사를 짓는데 중요한 일조량, 강수량, 기온 등에 영향을 끼치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눠 24절기를 만들고, 이에 따라 농사를 짓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다.


24절기를 정하는 기준은?

옛날 사람들은 하늘에 크고 둥근 뚜껑이 덮여 있고, 거기에 별, 해, 달이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구 모양의 뚜껑을 ‘천구’라고 한다. 즉, 천구는 지구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매우 큰 가상의 구체로 요즘에는 천문학, 항해 등에 이용된다. 천구는 지구와 자전축 및 중심점을 공유하는데,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면은 천구의 적도와 23.5도만큼 기울어져 있다.

또, 하늘에서 태양이 한 해 동안 지나가는 길을 ‘황도’라고 한다. 황도와 천구의 적도는 두 점(춘분점과 추분점)에서 교차하는데, 24절기 중 넷째 절기인 춘분은 태양이 춘분점을 지나는 날로 춘분점은 태양이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이동하면서 적도 위를 지나는 점이다.

황도의 한 바퀴인 360도를 24로 나눠 춘분점을 기준으로 15도씩 떨어진 지점의 명칭을 정한 것이 24절기이고, 황도 좌표계에서 하지는 춘분으로부터 90도, 추분은 춘분으로부터 180도, 동지는 춘분으로부터 270도 떨어진 지점이다.

황도 좌표계 


황도 좌표계란?

황도 좌표계는 황도와 춘분점을 기준으로 만든 좌표계를 말하는데, 황경과 황위를 이용하여 위치를 나타내게 된다. 황경은 황도 좌표의 경도로, 위 그림과 같이 천체에서 천구면을 따라 황도로 그은 수선과 황도의 교점이 있을 때 춘분점에서 교점까지 측정한 각거리이다. 춘분점을 기준으로 황도를 따라 동쪽으로 0도에서 360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황위는 황도 좌표의 위도로, 황도면과 천체가 이루는 각의 거리다. 황도면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 남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를 붙이고, 0도에서 90도까지 측정한다.


24절기는 먼 옛날 중국 주나라 때의 화북 지방 기상 상태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후에 딱 들어 맞지는 않다. 또 날씨와 계절은 기온 및 강수량의 변화 등 여러 가지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현대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탓에 각 절기의 날씨에 관한 전통적인 설명이 그대로 맞지는 않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기후가 바뀌는 시점을 예측해 농경에 활용했다는 점과 각 절기에 조상이 했던 행동이나, 먹었던 음식 등 우리의 전통이 녹아 있다는 점에서 24절기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글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수학팀 이산하 연구원

이미지 출처 KASI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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