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그, 인비저블맨의 과학

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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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광학 과학자 '애드리안'은 소시오패스처럼 자신의 아내 '에밀리'를 괴롭혔고, 결국 에밀리는 그를 떠나 도망친다. 애드리안은 자살하지만, 에밀리는 이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공포에 몸을 떤다. “나는 상대가 보이지만, 상대는 나를 볼 수 없다.” 이 같은 일이 현실이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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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비저블맨> 속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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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전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 온,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법한 투명인간. 투명인간이 영화 ‘인비저블맨’을 통해 돌아왔다.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할로우맨’에 이어 과학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내용이 포함된 인비저블맨. 과연 인류는 투명인간이 될 수 있을까.

허탈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투명인간은 여전히 과학 밖의 영역이다. 할로우맨에 등장하는 것처럼 세포를 비롯해 DNA까지 투명하게 만드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아니, 아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다만 현대 과학은 투명 인간까지는 아니더라도 ‘투명한 뼈’, ‘투명한 뇌’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물론 살아있는 생물에는 적용할 수 없지만 투명인간과 가장 비슷한 연구로 꼽힌다. 


지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연구진은 ‘하이드로겔’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뼈를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먼저 뼈에 하이드로겔을 넣은 뒤에 지질과 칼슘을 제거했다. 칼슘은 뼈를 불투명하게 보이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세제의 주원료이기도 한 계면활성제를 넣어 뼛속에 남아 있는 지질을 깨끗이 걸러냈다. 그러자 뼛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기 시작했다. 투명한 하이드로겔이 뼈 안을 채우면서, 투명인간과 비슷한 효과를 낸 셈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에 ‘뼈 투명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기술은 실은 지난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정광훈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정 교수팀은 쥐의 뇌에 하이드로겔을 넣은 뒤 세포막을 구성하고 있는 지질을 제거했다. 그러자 불투명한 뇌가 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살아있는 사람이나 쥐에 적용할 수는 없는 기술이다. 죽은 쥐의 뇌와 뼈에 관련 기술을 적용하는 정도만 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과학자들은 투명인간을 만들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뇌와 뼈 속에 존재하지만 쉽게 파악할 수 없었던 신경세포와 줄기세포의 분포를 알기 위해 투명해지는 기술을 적용했다. 


과학자들은 생명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일은 과학적으로 ‘아직까지는’ 허무맹랑하지만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투명망토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투명망토는 최소한 현대 과학으로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물체는 빛을 반사시킨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즉, 굴절률을 조절해 빛을 반사시키는 게 아니라, 빛을 돌아나가게 하면 투명한 물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투명한 물질 안에 감추고 싶은 물체를 넣어두면, 그게 투명망토가 되지 않을까.


2000년대 초반 미국 연구진은 실제로 이를 구현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즉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이 물질은 빛을 반사시키는게 아니라 빛을 뒤로 흘려 보낸다. 즉 이 물체 앞에 사람이 있다면, 빛은 이 물체를 지나쳐 다른 물체에 반사된 뒤 사람의 눈으로 들어온다. 즉, 이 물체 안에 숨기고 싶은 물체를 넣어 둔다면, 투명망토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 물체에 ‘메타물질’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아쉽게도 현재 메타물질이 감출 수 있는 물체의 크기는 수십~수백 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수준에 불과하다. 즉 굳이 투명망토를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물체를 감출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투명인간, 투명망토 모두 빛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쯤되면, 왜 인비저블맨에 등장하는 천재 과학자가 ‘광학’을 전공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투명인간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투명인간은 인체 모든 부분이 투명하다. 그런데 사람이 눈을 통해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빛이 망막에 맺혀야만 한다. 아쉽게도, 투명한 망막에는 물체의 상이 맺힐 수 없다. 결국 투명인간은, 몸이 투명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단점을 갖게 된다. 투명인간이 나타난다 해도, 영화에서처럼 원하는 곳을 돌아다니거나, 사람들을 괴롭히기는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투명망토가 감출 수 있는 크기를 비롯해 빛의 파장 영역도 조금씩 우리가 원하는 투명망토에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 기술로 투명망토를 만들면, 빛을 모두 뒤로 흘려보낼 수 없는 만큼 아무리 투명망토를 쓰고 있는다 하더라도 앞에 있는 사람에게 100% 들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뒤쯤에는 콩알 정도 크기의 물체를 완벽하게 가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되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까. 이 글을 읽고 있을 여러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길거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인비저블맨>

 감독 리 워넬 출연 엘리자베스 모스, 올리버 잭슨 코헨 개봉 2020.02.26

(포스터 클릭시 영화 소개 페이지로 이동)


/ 글 매일경제 원호섭 과학전문기자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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