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춤으로 통하다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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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 춤으로 통하다



사람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음성이나 표정, 몸짓, 문자와 같은 수단을 이용한다. 이러한 수단을 언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과 같은 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동물은 어떻게 의사를 표현하고 정보를 전달하며 소통할까? 바로 소리, 냄새, 접촉 등 자신들만의 신호를 통해 의사소통한다. 그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신호를 통해 소통하는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꿀벌’이다


  꿀벌만의 언어를 찾다

꿀벌의 언어를 규명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 1886~1982)’이다. 프리슈는 꿀벌을 직접 키우며 꿀벌의 생활 습성과 본능에 대해 연구했다. 


<카를 폰 프리슈>

출처: The Nobel Foundation


프리슈는 수백 마리의 일벌을 준비하고 각 벌의 등에 여러 색의 페인트를 칠해 표시한 뒤 행동을 관찰하였다. 관찰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수백 마리의 일벌 중 일부가 정찰대가 되어 먹이를 찾아 나섰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아 돌아온 정찰대는 나머지 벌 앞에서 모아온 꿀을 토해내고, 꽃가루를 내려놓았다. 이후, 나머지 벌들도 먹이를 가져오기 위해 벌통을 나섰다. 정찰대가 벌통에 있던 다른 벌들에게 먹이의 종류, 위치 등의 정보를 전달한 것이다. 정찰을 다녀온 벌들은 어떻게 다른 벌들에게 먹이 정보를 전달한 것일까?


  춤으로 통하다 

꿀벌은 기본적으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먹이 정보를 전달한다.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과 같다. 프리슈는 이 춤의 양상이 벌통으로부터 먹이가 위치한 거리와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1) 먹이가 100 m 이내에 있을 때

 잔걸음으로 좁은 원형을 그리며 움직인다. ‘원형 춤(round dance)’이라고 불린다.

<원형 춤>

출처: The Nobel Foundation


춤을 출 때 다른 일벌은 몸을 바짝 붙여 춤을 따라 추며 먹이의 종류와 거리를 터득한다. 먹이가 있는 방향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정찰벌이 풍기는 향기와 꿀 냄새만으로 먹이를 찾아갈 수 있다.


2) 먹이가 100 m 이상 떨어져 있을 때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직선으로 움직이다가 반원을 그리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또 다시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직선으로 움직이다가 반대 방향으로 반원을 그리며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를 반복한다. ‘8자 춤(tail-wagging dance or waggle dance)’이라고 불린다. 


<8자 춤>

출처: The Nobel Foundation

먹이와의 거리가 멀수록 춤의 속도는 느려지고 꼬리를 흔드는 횟수는 많아진다. 꼬리를 흔들며 직선 구간을 이동하는 동안 약 1초가 걸리면 먹이와의 거리가 약 1 km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춤의 방향은 먹이와 벌통, 태양이 이루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먹이와 벌통, 태양이 일직선을 이루고 있으면 벌통의 육각 무늬를 기준으로 직선으로 춤을 추고, 먹이와 벌통, 태양이 각을 이루고 있으면 몸을 비틀어 기울어진 방향으로 춤을 춘다. 이는 꿀벌이 편광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태양 주위의 편광 패턴을 인식하여 위치를 파악하여 전달한다. 



덕분에 다른 일벌은 춤을 따라 추며 먹이의 종류와 방향, 거리 등을 정확하게 터득할 수 있다.

프리슈는 이 외에도 꿀벌이 노란색과 파란색 등의 색을 구별할 수 있는 등의 사실을 밝혀내었고, 꿀벌에 대해 연구한 업적을 인정받아 197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꿀벌의 춤에 대한 연구는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연구가 거듭될수록, 꿀벌의 춤 동작 하나하나에는 매우 복잡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한 연구진은 꿀벌의 춤은 총 1528개의 동작으로 구별할 수 있으며, 각 춤에는 자세한 이동 경로, 가장 가까운 꽃밭의 위치, 그 꽃밭에서 나오는 꽃가루의 가치까지 담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과 통하다

 사람들은 왜 꿀벌의 춤과 같은 동물의 언어를 연구하는 것일까?

무분별한 환경오염과 파괴 속에서 많은 동물들이 고통 받으며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동물들을 보호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동물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동물의 권리를 중요시하고 존중하는 인식이 커지면서 동물과의 소통을 바라는 욕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류의 진화와 발달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다음은 프리슈가 노벨상을 수상할 당시 노벨 재단에서 발표한 연설 중 일부이다.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주로 곤충, 물고기 및 조류를 연구하였기 때문에 이 결과가 인류생리학이나 의학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의 발견은 현재 포유류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포괄적 연구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전적인 행동 양식의 존재, 이들의 구성, 발달 및 핵심 자극에 의한 행동 양식의 유도 등에 관한 연구에 공헌하였습니다.”





I 글쓴이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과학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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