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으로 알아 본 선거 속 수학, 과연 누가 승리할까?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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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많은 여론 조사 기관들은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모두들 바이든 후보의 낙승을 기대하는 가운데 공화당의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모든 여론 조사 기관들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를 말했지만 결국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다며 이번에도 승자는 자신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실제로 개표 초반,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많은 곳에서 트럼프가 이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이든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많은 곳에서도 트럼프가 선전하면서 2016년처럼 여론 조사가 모두 틀렸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것 같았다. 




개표 내내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앞설 확률은 얼마나 될까?




# 우편 투표 개표로 뒤바뀐 결과 

그런데, 조지아를 비롯한 몇몇 주의 우편 투표의 개표가 시작되니 갑자기 격차가 줄어 들었고 결국 많은 주에서 바이든이 역전하는 결과가 나왔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부정 선거라며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것을 시사했다. 지난 4월 치러진 우리나라 총선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개표가 시작된 초반에 발표된 출구 조사 결과에서는 전체적으로 많은 곳에서 팽팽하게 경합하거나 야당이 이긴다고 예상되었다. 하지만 사전 투표함의 개표가 시작되자 민주당 쪽으로 몰표가 쏟아지면서 경합지의 야당 후보들은 모두 떨어지고 민주당은 최종적으로 18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일부 야당 지지자들은 지난 총선이 민주당의 부정 선거라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있기도 하다. 



# 트럼프 역전패의 비밀

이기고 있다가 갑자기 상대 후보에게 몰표가 가면서 역전 당한다고 생각하면 억울한 마음에 결과에 불복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개표 과정 내내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앞설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프랑스의 수학자 '베르트랑'이 발견한 ‘베르트랑의 투표 용지 정리(Bertrand’s ballot theorem)’에 따르면 A 후보가 x표, B 후보가 y표를 받아 최종적으로 A 후보가 승리했을 때, A 후보가 개표 내내 B 후보에게 앞서고 있을 상태일 확률은 (x-y)/(x+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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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A 후보가 10,000표, B 후보가 9,000표를 받았다면, 

A 후보가 개표 내내 이기고 있었을 확률은 

(10000- 9000)/(10000+9000)=1000/190000.05263...으로 5% 밖에 되지 않는다.


베르트랑의 투표 용지 정리가 실제로 맞는 이야기인지 확인해 보자. A 후보가 3표, B 후보가 2표를 받은 경우 베르트랑의 투표 용지 정리로 구한 A가 내내 이기고 있을 확률은 (3-2)/(3+2)=1/5이다. 실제 개표되는 순서에 따른 경우를 모두 나열해 보면 AAABB, AABAB, AABBA, ABAAB, ABABA, ABBAA, BAAAB, BAABA, BABAA, BBAAA 이렇게 10가지의 경우가 있다. 이때 A 후보가 B 후보에게 내내 앞서고 있는 경우는 AAABB, AABBA 이렇게 2가지 경우밖에 없다. 따라서 그 확률은 2/10=1/5이다. 즉, 베르트랑의 정리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베르트랑의 투표 용지 정리를 그림으로도 설명할 수도 있다. 가로의 길이가 p, 세로의 길이가 q인 직사각형에서 오른쪽 또는 위쪽으로 한 칸씩 움직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때 개표에서 A의 표가 나온 경우가 오른쪽으로 한 칸 움직이는 경우와 같고, B의 표가 나온 경우는 위쪽으로 한 칸 움직이는 경우와 같다. 


또한 직사각형 왼쪽 내부에 가로, 세로 길이가 모두 q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을 그으면 A가 항상 B를 이겨야 하므로 오른쪽 또는 위쪽으로 한 칸씩 움직여 생기는 경로는 다음과 같이 대각선을 건드리거나 넘어가면 안되고, 그 선 오른쪽 아래에서만 있어야 한다. 


구하는 경로(왼쪽)와 잘못된 경로(오른쪽)



이러한 경로의 수를 구하여 전체 경로의 수로 나누어 주면 ‘베르트랑의 투표 용지 정리(Bertrand’s ballot theorem)’에서 말하는 확률이 되는 것이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모든 투표함에 담긴 표의 분포가 일정하다면 초반의 결과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성별에 따라 연령에 따라 인종에 따라 정치적 지지 성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투표함 속 표심의 비중이 다를 수 있다. 즉, 초반의 결과만 보고 최종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선거에서 역전패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특히 이번 선거처럼 박빙인 경우 역전패가 일어날 확률이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도 베르트랑의 투표 용지 정리를 미리 알았더라면 너무 일찍 축하의 샴페인을 터뜨리진 않았을 것이다.





| 글쓴이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수학팀 이경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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